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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8일 목요일

의외의 포커스 - <인투 더 와일드> (2007년작, 숀 펜 감독/ 에밀 허시 주연)

어느 날, 갓 대학을 졸업한 한 청년은 오로지 알래스카에 가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종적을 감춘다.

배운 사람이 어느 날 이해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우며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수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오만이라던가, 미친 천재라던가, 혹은 허무주의라던가. 개인적으로 허무주의 혹은 염세주의에 빠져 세상을 등지는 청년을 기대하고 영화를 틀었다. 하지만 영화는 정 반대다.

세상을 등진다 하면 무엇이 떠오르냐면, 당연히 장대한 자연 풍광이겠지. 하지만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런 풍광을 찍지 않는다. 영화는 와이드 샷 대신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을 관찰한다. 주인공의 모든 사연은 사람간의 관계에서 시작되고, 관계를 떠올리며 끝을 맺는다. 영화는 내내 단 한 번도 주인공의 일탈을 긍정하지 않으며, 그의 실패를 상당히 냉정하게 비춘다. 게다가 주인공은 다 내려놓고 떠난 사람 치고는 상당히 사교적으로 그려진다. 만나는 사람들을 하나씩 감화하는 스토리는 염세와는 거리가 멀지.

내 기대를 벗어난 것과는 별개로 영화 내적인 문제도 있다. 주인공에 대한 스탠스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 중립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위에 적었듯 작중 단 한번도 부정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주인공이 알래스카에 갇힌 뒤 보이는 회의감은 글쎄, 나에게는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채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정말 모든 판단을 오롯이 관객에게 미루려 들었다면, 그것은 영화로서의 직무를 유기하는 행위가 아닐까?

난 사람이 정말 싫다. 그렇게 홀로 늙어가다 고통스러운 외로움에 마주친다면, 그건 완전히 나만의 업보요, 내가 겪어야만 하는 내 잘못의 대가일 것이다. 영화가 주인공의 목표를 설명하는 데 실패했듯, 나도 나를 설명하는 데에는 실패하겠지. 그래도 내 결말은 내 불같은 의지의 결과물이 아니기에, 후회에 찌든 마지막 숨을 뱉으면서도 무언가 원망할 거리 하나쯤은 남았으리라.

샤워, 잠,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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