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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31일 화요일

늙은 씹덕을 위한 게임은 없다 - <테일즈 오브 베르세리아> (2017년작, 반다이 남코)



굉장히 복고풍의 게임으로 보이지만, 인게임은 깔끔한 그래픽의 신세대 jrpg이다. 그래픽의 퀄리티로 말이 많긴 하나, 전반적인 디자인이 좋고 그것을 표현하는데에 별다른 부족함이 없는 수준으로, 개인적으론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혹평할 거리는 별로 없다. 주인공이 왼손에 붕대를 감고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아이라는 점 때문에 씹-덕들을 제외하면 시작부터 겜을 던져버리겠지만, jrpg를 즐기는 놈들은 애초부터 씹-덕들이니 상관없다. 플레이타임 50시간 정도로 볼륨이 아주 길지만, 굉장히 밀도있는 전개로 속도감이 죽는 구간이 없다. 전투시스템은 복잡하지만, 난이도딸을 칠 생각이 아니라면 크게 어렵지 않고 타격감도 살아있다. 오히려 난이도딸을 치면서 파볼만한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jrpg인 만큼 단순 이동구간이 많지만,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달래줄 야리코미 요소들이 많아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개그감각도 꽤 훌륭하고, 각본은 의외의 부분에서 깊이감이 있다. 스토리는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비장미를 이끌어낸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시스템이 굉장히 친절하여, 플레이어가 외부의 도움 없이 게임 내에 구현된 많은 요소들을 탐험,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나는 사실 요즘에 나오는 jrpg들을 많이 플레이해보지 못했다. PC외의 게임기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글화가 되지 않은 게임을 수십시간동안 플레이할 피로도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고전게임만 파다 간만에 접해본 jrpg는 제자리걸음중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다르게 굉장한 발전을 이뤘다. 이 장르의 플레이가 이렇게 매끄러울 수 있는가.

하지만 문제 역시 여기에 있다. 그 옛날 삑삑거리며 출력되는 대사창에서나 봤던 해괴망측한 말투의 대사들과, 도트 sd캐릭터들의 과장된 행동들이 이제 HD화질과 풀더빙으로 내 눈과 귀에 직격한다. 이건 이제 씹덕이고 뭐고를 떠나서 남사스러워 못 봐주겠다. 그렇다고 이걸 혹평하자니 소년만화적 스토리에 은근한 성인 테이스트를 끼우는 일본식 스토리의 본질같은 부분이라 그럴 수도 없다. 이건 이제 더욱 개선될 미래의 jrpg가 해결해줄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더 이상 이 계열의 컨텐츠를 소비할 수 없는 계층이 되어가는 것일까.

요즘은 단 걸 먹으면 속이 안좋다. 눈가에 주름살이 늘어간다. 글자가 너무 가까우면 잘 안 보인다. 나는 못 느끼지만 배게에서 송장 냄새가 날지도 모르겠다. 씻으러 가야지. 씻는다고 해결되는 문제일까.

앗 아아아앗 틀딱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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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미래기관에서 파견된 주인공,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채 여주인공의 집에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는데... 양키들이 jrpg감성을 따라하면 똥겜이 나온다. 차별이네 뭐네 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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