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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9일 목요일

괴수의 역할이란 - <고질라 - 결전기동증식도시> (시즈노 코분, 세시타 히로유키 감독/ 미야노 마모루, 사쿠라이 타카히로 CV)


고지라에 관해서라면 고전 시리즈까지 읊을 썰이 산더미처럼 많다만, 일단 블로그엔 개설 이후에 관람한 영화만 다루고 있으니 과감하게 생략한다. 

난 괴수물에 환장한다. 일단 괴수가 나오면 어지간해선 그 순간 양눈에 하트 띄우고 더블피스가 절로 나온다. B급이던 뭐던 안 가린다. 근데 이 영화는 좀 똥내난다. 

<고질라 - 결전기동증식도시>는 본가 토호에서 만드는 고질라 3부작 애니메이션의 2부이다. 본가 토호를 강조했지만 토호의 고질라를 다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고전 고질라는 매니아층을 제외하면 너무 오래된 영화라 드럽게 재미없고, 00년대 이후의 토호 고질라는 신고질라 전까지 용가리급 유치뽕짝의 쓰레기들이었다. 그러다 <신 고지라>가 나왔고, 나는 다시 토호의 고질라를 기대하게 됐다. 

<전작 고질라 - 괴수행성>은 볼만했다. 별로 크지도 않은 고질라 1마리에게 지구를 뺏기고 우주선으로 도망갔다는 설정이 직관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긴 한데, 다시 지구를 찾으러 온 주인공 일행이 고질라와 낙장불입의 대혈투를 벌이는 심플한 스토리와 풍만한 볼거리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괴수행성의 결말이다. 사실 체적이 10배쯤 더 큰 고질라가 하나 더 있었다는 것. 이놈이 나오면서 인류가 가진 거의 모든 무기가 싹 날아가거든. 

이제 결전기동증식도시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모선에 연락해서 별로 안 남은 무기를 총동원하여 전면전, 혹은 지구에서 과거의 무기를 발굴하여 사용. 전자를 택하면 3부가 못 나올테니 영화는 후자를 택하고, 무려 메카 고질라를 발견한다. 근데 그래놓고선 하는 이야기가 고작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고지라를 퇴치해야한다는 고리타분한 교훈질이다. 고질라는 영화의 2/3 이상이 지난 다음에야 느지막히 기어나와서는 샌드백마냥 쳐맞다가, 인간들끼리의 내분으로 작전이 파탄나자 남은 찌꺼기만 주섬주섬 태우고 사라진다. 

괴수물이면 괴수물로서의 예의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코스믹한 괴수라면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인간을 우습게 밀어붙이는 공포를, 인간과의 경쟁 대상이라면 인간의 수를 읽고 설정적 한계 내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는 위협을, 우리는 그 괴수를 보는 것만으로 괴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괴수물의 아이덴티티는 그것이다. 인간들끼리 할말 다 끝내고 영화 말미에 잠깐 등장해서 CG딸딸이나 치다 퇴장하려면 돈아깝게 거대괴수는 왜 구현했어? 제발 괴수를 만들었으면 그에 걸맞는 역할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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