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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3일 금요일

그만 웃기고 똑바로 앉아 - <황금의 태양> (2001년작, 닌텐도 발매/ 카멜롯 개발)


gba게임이라 그런가. 해상도가 무척 나쁘다. 얼굴만 화면을 가득히 채우는 일러스트는 솔직히 좀 부담스럽다. 아무리 마을 내의 모든 사람과 대화를 해봐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각본이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거기에 주인공의 실책으로 세계멸망 스위치가 켜진 시점에서조차 전혀 진지하지 않고 주요한 장면에서도 시덥잖은 유머나 툭툭 던지는 꼬라지는 그야말로 인지부조화가 올 지경. 예를 들면 멸망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신이 내리는 계시조차 어설프게 코미디를 하려 든다. 이러면 당장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큰일인지, 큰일은 커녕 웃어야 되는 상황인지부터가 모호해져 버리는데.

01년이면 말이지. 파이널 판타지9가 나오고도 1년이 더 흐른 시점이다. 플레이어를 몰입시킬 스토리텔링과 플레이하면서 불편하지 않을 수많은 맵/레벨디자인까지 이미 정립되어 있던 시절이라는 뜻이다. 이 따위 산만한 각본은 새천년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다른 모든 점을 휴대기기용 게임의 기술적 한계라고 봐주더라도 각본만은 용서할 수 없다. 주와 부를 좀 구분하자. 개의 몸통이 꼬리를 흔들어야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왝 더 독>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어릴 적 친할머니께서 앓아누우셨기에 가족단위로 문병을 갔지만, 나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친가의 골방에 쳐박혀서 저 영화를 보고있었다. 아무리 철없을 시절이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몸통이 떨어져라 흔들어댔었구만. 아니지, 저건 그냥 개새낀가.


 (두유노 '빌리비노'? '코리마'랑 관계가 깊은 town??)

(예/아니오. 어쩌라고) 

(마을 사람들이 전부 나무로 변한 그로테스크한 상황에도, 게임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아니, 유머를 잃지 못한다.)

(*나는 코리마 마을 진행 중 게임을 때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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