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장 잘 만든 순수 액션 영화를 꼽으라면 <다이하드> 초기 시리즈를 꼽겠다. 주인공이 고생할 때의 긴장감만큼 결말부에서의 카타르시스가 증폭된다는 것을 다이하드 초기의 각본들은 정말 영리하게 써먹었다.
<다이하드>는 오랜 공백 끝에 4로 돌아오면서 변질됐다. 주인공은 훨씬 더 큰 스케일에서 고생하지만 카타르시스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때쯤 나온 영화인 <터미네이터3>도 전작들에 비해 카타르시스가 없다. 딱 저쯤을 과도기로 액션영화들이 전부 맥아리가 없어졌다.
왜 그럴까. 나는 이유를 직관성에서 찾는다. 모든 액션영화의 위기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핸드헬드의 흔들림과 잦은 화면전환은 이 직관성을 해친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관객에게 충분히 설명되어야 하고, 또 화면 안에서 실시간으로 관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다이하드2>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테러범들이 해방시키려는 범죄자의 수송선을 포착하지만 타이밍이 늦어 증원된 테러범들의 총격을 피해 수송선의 조종실로 엄폐한다. 화면은 수송선 밖을 둘러싼 테러범들로 조종실이 완전 밀실임을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주인공에게 퍼부어지는 수많은 총격으로 그 동안의 심심함을 잡아내며 마무리로 조종실에 수류탄을 까넣는다. 총격을 피해 엎드려있던 주인공의 옆으로 핀이 뽑혀나간 수류탄들이 몇 개씩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줬을 때, 관객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왜? 거긴 밀실이고, 핀이 뽑힌 수류탄이 떨어졌다는 건 몇 초 뒤 대폭발이 일어날거라는 이야기니까. 이게 직관성의 의미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아쉽지만 '요즘 액션영화'다. 엄청난 찬사를 받고 있다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다시 예를 들어 마지막 헬리콥터 추격씬을 보자. 주인공이 반대편 헬기에 타고 있는 테러범의 폭파스위치를 빼앗아야 하는 상황. 잦은 화면전환으로 폭탄의 카운트를 보여주는 것이 위기감을 직관적으로 나타내지 못한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폭탄의 카운트를 동시에 보여줄 만한 어떤 매개체를 찾았어야 했다. 핀이 뽑힌 수류탄처럼. 역시 헬기 내/외를 전환하는 고공 추격씬은 정확히 헬기가 어디를 날고 있는지조차 관객에게 전달하지 못하며, 주인공이 상대의 헬기에 화물을 떨어트리는 것을 실패한 다음부터는 추돌사고를 내서라도 상대 헬기를 추락시키려는 내용으로 이어지는데, 주인공이 어떻게 추돌하려 달려들고, 테러범이 어떻게 요리조리 피하다 결국 들이받히는지 관객이 따라갈만한 설명이 없다. 직관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도 없다.
그래도 다니엘 크레이그 이후의 007시리즈와는 달리 플롯만은 난잡하지 않고 깔끔하다. 요즘의 영화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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