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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1일 토요일

짬통행 특급열차 - <아메리칸 허슬> (2013년작,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크리스찬 베일, 브래들리 쿠퍼 주연)


승진에 눈먼 경찰, 그런 경찰에 이용당하는 사기꾼과 그 연인,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사기꾼의 마누라, 사람 자체는 선량하지만 함정수사에 걸려드는 정치인.

영화의 캐릭터는 다채롭고, 전개는 밀도가 높으며 속도감이 살아있다. 정치인 하나를 엮었으니 더 많은 놈들을 엮어보자는 경찰의 욕심 끝에 초거물 정치인과 마피아가 걸려들어 함정수사 전반이 살얼음판이 되고, 그에 맞춰 작전스케일을 키우려니 인력과 자금이 둘 다 따라주질 않으며 와중에 단순히 고위층을 만난다는 것에 신이 나 아무 말이나 내뱉는 마누라와 수습하지도 못할 일을 벌려대는 경찰이 쌍으로 트롤링을 벌인다. 결말부 직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눈을 떼지 못 할 정도로 흥미로우며 긴장감이 넘친다.

하지만 정작 결말이 미지근하다. 트롤러들을 싹 처단하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느와르의 색이 짙은 새드엔딩도 못 된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 단 한 명만이 완전한 결말을 맞이하며, 나머지는 갈등요소를 다 해결하지도 못한 채 무려 '코미디'로 얼버무려진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조차 안 나올 지경이다. 막판에 와서 이게 뭐야 대체. 아아 그래. 이건 스까듶밥의 맛이다. 양푼에 이것저것 패대기쳐 넣고 쓱쓱 비벼다가 옆에 아저씨가 한번 줍줍 빨아먹은 숟가락으로 한 입 크게 떠먹으면, 처음에는 맛있나 싶다가 목넘김 즈음에 갑자기 올라오는 역한 짬냄새에 눈물을 머금고 식당을 뛰쳐나가는 바로 그런 맛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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