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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30일 목요일

실장석 시리즈


며칠간 참피물에 푹 빠져 살았다. 디씨에서 간혹 나도는 대표적인 실장석 만화 혹은 짤방정도만 슬쩍 본 입장에서는 이게 왜 그렇게 대유행을 타고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직접 보니 이건 대단했다. 신체적인 특징부터 생활사까지 모든 것이 흥미롭다. 꼼꼼한 설정에서 우러나는 흡인력도 굉장하다. 이 매혹적인 천일야화를 거친 뒤에는, 마치 세상의 어딘가엔 녹색의 인형괴물이 있어, 공원에 골판지 둥지를 틀고, 인간들에게 비웃음 섞인 애교를 떨다 적녹의 체액을 뿜으며 죽어가고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건 어지간한 크리쳐물은 따라하지도 못한 실재감이다. 저 먼 우주 어딘가에, 저 바다 밑 어딘가엔 어쩌면... 하고 느끼게 만든 크리쳐가 얼마나 있던가? 심지어 실장석은 인간과 아주 밀접하게 관계하면서도, 모든 설정들이 인간의 눈에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데도 그런 감각을 잃지 않는다. 그 와중에 인간과 닮았다던가, 혹은 인간으로 변장했다던가 하는 밋밋한 설정과는 거리가 먼, 아주 흥미롭고 개성적인 모습까지 겸비했다.

명불허전, 십 년 전의 똥을 먹고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맛있어. 운치 우마우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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