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광골의 꿈>에 이어 같은 작가의 책을 연속으로 읽는다는 것은 실수였다. 아무리 작가주의적이라도 촬영이나 각본 등 기본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섞이는 영화와는 달리 책이라는 건 완전히 작가 개인의 개성이 그대로 반영되니까. 작가 쪽에서 소설의 색을 달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없는 한 동일작가의 책을 연속으로 읽는 것은 마치 동어반복으로 가득한 문장을 읽는 것과 같다.
하지만 책은 대단하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그에 걸린 먹잇감들은 제각각의 방향으로 몸부림치며 사건을 일으킨다. 이 몸부림으로 빚어진 복잡성을 하나씩 떼어내는 것이 소설의 주된 전개인데, 사건이 꽤나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납득하게 만드는 작가의 언변이 뛰어나다. 그리고 결말부, 사건의 의미없는 복잡함을 배제하고 본 거미줄의 형태는 독자에게 묘한 탈력감, 그리고 감탄을 자아낸다.
등장인물의 사상, 성격, 가치관을 한참 상회해버리는 사건의 진상들,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문화학적으로 해체해 '당연한 일'로 만들어버리는 음양사 추젠지 아키히코의 이번 이야기는 감히 필독서라 칭해도 문제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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