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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7일 수요일

사관장2라고 써줬으면 안됐었니? - <백사당> (2003년작, 미쓰다 신조 저)


내가 서울도서관에서 빌렸을 땐 아래와 같은 띠지는 없었는데.
'반드시 「사관장」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 좀 시리즈물은 친절하게 1권 2권 표기 좀 해주면 안되나?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 설명이 부족하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전작이 있었더랬다. 울고싶은 기분이다. 

얼추 전편 <사관장>의 설명을 읽고 <백사당>을 설명하자면, 누군가가 자신의 괴이한 경험을 소설로 풀어낸 <사관장>이라는 원고가 있고, <백사당>의 주인공은 그 원고를 읽고 엇비슷한 괴현상에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사관장>을 먼저 읽지 않으면 <백사당>에서 원고에 대해 제기하는 수많은 의문들과 그에 인한 스토리의 진행을 이해하는 데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고, 또 <백사당>이 <사관장>에 그렇게까지 의존하고 있는 속편은 아닌 것 같다는 점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글쎄다. 너무 고전적이다. 괴담의 무서움은 무지(無知)에서 온다. 그림에서는 시각적인, 영화에선 점프스케어나 사각앵글 등의 트릭부터 청각적인 부분까지 관객의 무지함을 건드릴 수 있지만 소설은 그렇지 않다. 오로지 극의 진행으로 정직하게 공포를 우려내야 하는데, 말이 쉽지 기껏해야 90년대 <무서운게 짱 좋아>시리즈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 유명한 스티븐 킹의 소설도 개인적으로 무섭다기 보단 흥미로운 수준에 그쳤다고 생각한다. 에드거 앨런 포 쯤 되면 진짜 기괴하고 몽환적인 무언가가 나오는데, 소설로 이 정도를 일궈내려면 작가가 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며 알콜중독으로 살다가 요절하는 인생 급은 되어야 하나보다. 

괴기현상이랍시고 묘사되는 이야기가 등을 돌리고 있다가 천천히 돌아보는 시커면 형체, 정기를 빨아먹는 요부, 책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아아아아'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체모를 목소리'. 이것들은 그래, 어떻게 조합해도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소재들이다. 이 소설은 그런 소설이다.

추가로, <사관장>의 특정 사건에 대한 의문들을 현실적으로 풀어가는 추리극의 장르도 일정부분 표방하고 있는데, 위에 설명한 사정 탓도 있겠지만 역시 별로 흥미롭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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