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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1일 일요일

복선회수의 타이밍 -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 (2012년작, 브래드 페이튼 감독/드웨인 존슨, 마이클 케인 주연)


솔직히 영화가 구릴 건 예상했다. 영화의 정확한 정보까지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아마 저예산의 비디오용 영화 아니었을까? 헐리웃 답지 않게 어눌한 미장센 덕에 세트와 그래픽이 너무 눈에 띄고, 멍청한 캐릭터메이킹과 중학생이 써갈긴 듯한 각본은 한숨이 나올 뿐이다. 

사실 이게 성인들보다는 영유아를 타게팅한 느낌이 강하기도 해서, 혹평은 여기에서 마치고 가벼운 감상을 적는다. 

영화에는 복선이라는 게 있다. 영화 내적으로 배열된 요소를 활용할 때에는, 미리 그 요소를 보여주고 나서 활용해야지, 활용할 때가 되서 갑자기 그 요소가 튀어나오면 극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복선은 관객이 해당 요소를 잊어갈 때쯤 활용되어야 재미가 생기는 것이지, 너무 방금 배열된 요소를 바로 활용해버리면 또 복선의 맛이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스포일러지만, 영화의 내용을 한 번 배열해보려고 한다. 

1. 주인공이 경찰에게 쫓기는 시퀀스
2. 새아버지가 주인공을 나무라고, 주인공은 할아버지가 보낸 암호를 위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설명, 둘이 암호를 풀고 잊혀진 섬의 위치를 알아낸다.
3. 헬기가 추락하며 잊혀진 섬에 도착(표류)한다. 가는 도중 드웨인 존슨이 '도마뱀은 싫다' 언급
4. 대형 도마뱀과의 추격 시퀀스
5. 할아버지를 만나고, 섬의 정체를 알지만 곧 가라앉을 예정인 것도 알게 된다.
6. 노틸러스 호의 위치 지도를 찾는다.
7. 지도에 표기된 위치를 향해 가는 중 절벽을 오르기 위해 거대 꿀벌에 탑승, 뒤로 거미가 비친다.
8. 새의 습격, 거미줄 쪽으로 유인하여 새를 무력화한다.
7. 물 속 터널을 통해 노틸러스 호로 가는 중 전기뱀장어에게 쫓긴다.
8. 노틸러스 호의 배터리가 다운된 것을 발견, 전기뱀장어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9. 탈출 후 해피엔딩.

같은 색으로 쓰여진 시퀀스들은 복선과 그 회수를 의미한다. 척 봐도 둘이 너무 붙어있다. 90분의 가벼운 영화에 많은 신경을 쓰기 어려웠겠지만, 최소한 저 파트들을 떼어놓기만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내가 보기에 1번 시퀀스는 영화 진행상 전혀 쓸모가 없다. 3번과 4번 복선 및 그 회수도 드웨인 존슨이 도마뱀을 싫어하던 말던 굳이 튀어나올 이유가 없었으니 역시 삭제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복선과 그 회수를 좀 떼어놓으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1. 경찰에게 잡혀있는 주인공을 새아버지가 회수하며 할아버지와 암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합심, 잊혀진 섬의 위치를 알아낸다. 
2. 헬기가 추락하여 표류하는 중, 물 속에서 전기뱀장어와 관련된 헤프닝을 겪고 잊혀진 섬에 표류한다.
3. 거대거미에 관한 헤프닝 중 할아버지를 만나고 섬의 정체를 듣지만 곧 섬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4. 노틸러스 호의 위치 지도 확보
5. 꿀벌에 탑승하여 새에 쫓기다가 거미 지역을 생각해내고, 거미줄을 통해 새를 무력화. 
6. 노틸러스 호로 들어가지만 배터리가 다운된 것을 발견, 전기뱀장어를 생각해내고 그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7. 탈출 후 해피엔딩.

각 시퀀스들에 조금 더 힘을 준다면 90분에 알맞는 명료한 각본이 나왔을텐데. 뭐 대상 관객의 연령대가 낮아서 복선과 복선 사이가 너무 멀면 문제일거라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당장 어릴 때 본 명작영화들 - 쥬라기 공원이라던가, 쥬만지라던가 - 이 충분히 영리한 방식으로 복선을 뿌리고 회수하면서도 우리의 추억을 찬란하게 수놓았던 것을 생각하면 글쎼다. 영화가 어린이를 너무 무르게 봤구만.

어린이라고 무시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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