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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9일 월요일

형식뿐만 아니라 연출까지 신선한 - <서치> (2018년작, 아니쉬 차간티 감독/ 존 조 주연)


단순히 컴퓨터 화면만으로 진행되는 영화라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서치>는 정말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며 겪는 세세한 행동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연출에 녹여냈다. 이를테면 메세지를 보낼 때 자신이 썼던 글을 지우고 다시 보내는 것으로 주인공의 현재 심리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당연히 썼다 지운 글이 좀 더 날것의 본심이다.) 오버랩이나 플래시백 없이 창을 여러 개 띄우고 보여주는 것만으로 기존의 연출방식을 대신하는 식이다.

관객의 시선이 엄청나게 좁은 모니터 안에 갇혀있으니, 몰입도 하나는 끝내준다. 기껏해야 화면 한쪽에 띄우는 짤막한 영상이 표현한계인 영화라 마치 스킵버튼을 누르듯 명료한 핵심만 전달하며 내달린다. 1시간 40분 정도의 러닝타임에서 사건이 발생하며 급격하게 긴박해지는 시기가 20분대 초반인데다, 그 호흡을 뒤로 80분동안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 와중에도 모니터를 요리조리 비추며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나중에 한 번 더, 상세히 파볼 가치가 넘친다.

아쉽지만 이런 재기발랄하고 쫄깃한, 근래 보기 드물었던 수작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스토리다. 주인공이 실종된 딸의 노트북을 통해 '검색'만으로 범인을 찾아간다는 스토리라인 때문에, 영화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진실을 결말로 채택해야 했다. 하지만 이 덕분에 매 순간 관객의 예상을 빗겨가며 종횡무진 달리던 영화는 어떤 한계를 넘지 못하고 진부한 결말로 끌려 돌아온다. 조금만 더 고찰했다면 21세기식 스릴러 장르영화의 전환점 역할을 하는 걸작이 탄생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많이 아쉽다. 

정리하자면 무난한 결말이 피눈물나게 아쉬울 정도로 영화적 완성도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간만에 정말 즐겁게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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