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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6일 화요일

꽤 신선한 맛으로 돌아온 - <명탐정 코난 극장판: 제로의 집행인> (2018년작,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타카야마 미나미 등 CV)


코난의 팬들이 늙어감을 의식한 것일까, 상당히 무거운 톤의 영화가 나왔다. 코난 극장판이 무거워봐야 얼마나 무겁겠어 싶겠지만, 정말 생각 이상으로 무겁다. 아예 컨셉이 중량감이었는지 극장판마다 나오던 캐릭터들의 어설픈 연애행각도 전부 들어내고 작품 일체를 테러행각과 그 이면에 있는 정치적 갈등에 주목한다.

하지만 코난은 코난이다. 캐릭터들은 원작의 설정을 벗어날 수 없고, 팬들을 위한 활극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갑자기 코난이 잭 라이언마냥 무게를 잡고 존 그리샴의 소설처럼 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덕분에 꽤 심도있게 다뤄볼만한 공권력 관련 주제는 조금 머리가 큰 어린아이가 가볍게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깊이로만 언급되고, 카체이싱 액션은 만화 특유의 과장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코난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강화신발 축구공은 무려 대기권을 뚫고 추락하는 위성의 캡슐을 막아내는 등 아동만화로서의 정체성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코난의 팬으로서, 이런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무엇보다 새로웠고, 추리물의 성격을 완전히 잃어 가던 극장판 시리즈에 스릴러의 활력이 돌아온 것도 기쁘다.

그러나, 아직 유지중인 아동만화로서의 면모와 정치스릴러가 원활하게 섞이지 못한 것은 아쉽다. 코믹한 부분은 대놓고 웃으라고 기워넣은 느낌이고, 액션활극도 극의 분위기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된다. 그리고 극에 비해 너무 무거운 스토리를 진행하려다 보니 전달력이 떨어져서, 단서 하나하나를 머릿속으로 따라가는 기분보다는 주인공이 해결하는 모습을 그저 구경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거슬린다. 이런 류의 스릴러는 마땅히 그 진범에 대한 떡밥이 극 내내 던져지며 관객들을 요리조리 유도해야 하는데, 이 영화의 진범은 '아 쟤가 진범이었어? 근데 누구더라?'정도로, 아무런 카타르시스도 유발하지 못한다.

이 영화의 국내 등급은 '12세 이용가'다. 비록 범죄와 폭력을 담은 장면이 등장하지만 비현실적이고 수위가 낮으므로 12세 이상이면 관람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된댄다. 같은 등급의 비슷한 장르 영화를 따져보니 한창 잘나가던 시절 샤이아 라보프 주연 <이글아이>가 눈에 띈다. 요정도 수위도 12세면, 작정하고 좀 더 무겁고 거칠게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음 극장판엔 괴도 키드가 나온다.
얘 나온 편은 싸그리 재미없던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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