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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2일 수요일

레트로풍 설사똥 - <네트> (1995년작, 어윈 윙클러 감독/ 산드라 블록 주연)



자택근무로 일하는 보안프로그램 전문가 겸 해커 산드라 블록. 평소 거래처에서 특수한 물건을 확인해 달라며 플로피디스크 한 장을 보내오는데, 그 곳에는 특정 방화벽을 해킹하는 프로그램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디스크를 노린 모종의 조직이 거래처의 연락책을 살해하고, 산드라 블록의 모든 개인정보를 해킹한 다음 암살을 시도하는데.

1993년, 개인적으로는 불세출의 걸작 <데몰리션 맨>에 출연하여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1994년 공인 걸작인 <스피드>로 월드스타에 입성한 산드라 블록을 단 1년만에 개쌈마이 액션시나리오의 주인공으로 대충 소비해버린 영화.

일말의 긴장감도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마추어가 찍은 듯한 영상과 개떡같은 음향은 오히려 관람을 방해하는 수준이고, 아직 짬밥이 없었을 무렵 산드라 블록의 연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도 도저히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이다. 아마 캐릭터메이킹 자체가 안 되었던 부분일까? 아니, 그딴 걸 생각해서 무엇하겠는가. 물론 다른 주, 조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로 엉망진창.

간만의 초이스 실패였다. 요즘 영화를 많이 안 봐서 그런가, 고를 때마다 중박은 됐었는데 드디어 똥을 밟았구나 내가.

사실 이 영화를 고른 건 간만에 90년 초반의 레트로한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당시의 분위기엔 아마 매트릭스를 기점으로 세련되어지기 시작한 현재의 영화에 없는 어떤 투박함이 있다. 디지털 세대로 넘어가기 직전, 거친 색감, 쓸데없는 해킹만능주의, 브라운관 모니터, 유치찬란한 설정, 그럼에도 재미있는 극의 서사.

물론 그런 거 없고 발효된 똥냄새만 그윽하게 맡았다. 뭔가를 더 평가하고 싶지만 내 후각수용체가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한다. 오래 된 썩은 영화. 일평생 입으로 똥을 싼 노인의 틀니가 있다면 이런 냄새일 것이다.


물론 당신이 틀-딱이어도 이 영화는 보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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