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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1일 화요일

서부극의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 <실종> (2003년작, 론 하워드 감독/ 토미 리 존스, 케이트 블란챗 주연)


변두리에서 작은 목장주 겸 의사를 맡고 있는 케이트 블란챗. 어느 날 어린 시절 그녀를 버리고 인디언이 된다며 사라졌던 아버지가 찾아오고, 그녀의 애인이 살해당하며, 장녀가 납치당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어쨋든 인디언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납치범들을 쫓는 추격전이 시작되는데.

영화는 서부극이다. 인디언 문화와 백인 문화의 융합을 읽어내는 사람도 있던데, 난 거기까진 잘 모르겠고, 론 하워드 감독 답게 확실히 재미는 있다. 내재된 문학적 가치가 대단하지 않더라도, 서부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살려야 할 기본적인 것들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는 영화. 1800년대 후반 서부의 황량함도, 추격의 스릴도 전부 살아있는 작품이다.

호평은 다 했고, 혹평할 거리는 굳이 없는 것 같으니, 가볍게 서부극의 가치에 대해서 적어보자. 영화에서의 결투는 4가지 단계로 나뉘어진다. 맨손 격투, 냉병기 격투, 서부극의 격투, 그리고 현대전의 격투이다. 뒤로 갈수록 인물보다 병기에 장면이 집중된다. 현대전까지 오면 인물은 단순히 폭발하고 조각나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현대전에서 묘사되는 인물들은 보통 허무하다. 반대로 앞쪽의 것일수록 병기보다는 인물묘사가 메인이다. 맨손은 인물 그 자체가 싸우는 것이며, 냉병기도 인물의 움직임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서부극의 가치는 여기에서 나온다. 서부극은 처음으로 병기가 인물보다 강해지는 시점이다. 인물 간의 신체적 차이는 원시적인 총 앞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물은 포커스를 잃지 않는다. 현대전의 허무함과 맨손, 냉병기의 날카로운 살의가 동시에 표현될 수 있는 유일한 장르라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레이드>에서 세셉 아리프 라흐만과 조 타슬림이 서로의 무기를 버리고 목숨을 건 일대일 격투에 들어갈 때 뿜어져 나오던 살의가 현대전에서 똑같이 표현된 적이 있는가? 전혀 아니다. 이런 차이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답은 간결하다. '한 화면 안에 죽이는 자와 죽는 자가 동시에 잡히는가'의 차이다.

서부극에서 등장하는 총의 사거리는 길지 않다. 그들은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에서 서로를 조준하고, 한 화면 안에서 죽고 죽인다. 하지만 맨손, 냉병기 결투와 같은 원시적인 힘싸움은 더 이상 없다. 총구가 번쩍 하는 그 순간 한쪽이 피를 쏟으며 죽어버리는 것이다. 인물을 어떻게 배열하고, 어떻게 스토리를 이끌어서 방아쇠가 당겨지는 그 잠깐의 카타르시스를 최대화하는 것이 바로 서부극의 미덕이자 가치가 된다.

마지막으로 다시 본작 이야기를 하자면, 영화의 인물들은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하고, 느린 템포의 진행임에도 인상적인 폭력성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며, 절정의 순간에 한 화면에 모여들어 관객들로 하여금 누가 죽고, 누가 죽이는지 완전히 이해시킨다. 서부극은 이게 기본이다. 그리고 기본만 잘 된 영화라면 그 이후에 문학적 가치가 있던 없던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인 것이다.



마 니 서부극 무밧나 쏘는 놈과 맞는 놈이 같은 화면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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