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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30일 금요일

각본가가 찐알못 인싸새1끼임에 틀림없는 - <크로니클> (2012년작, 조쉬 트랭크 감독/데인 드한 주연)


영화는 얼굴이 무려 데인 드한인 찐따 주인공과 나름 인싸인 사촌, 그리고 씹인싸 흑인친구 3명이 우연한 기회로 초능력을 얻고, 점점 각성한 끝에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파운드푸티지 비슷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아키라>와의 비교가 많던데, 개인적으로 아키라는 보다 재미없어서 때려치웠으니 던져놓고, 영화는 꽤 재밌다. 특히 80분이라는 겸손한 러닝타임이 대견한 편. 쓸데없이 끼워넣어진 화면이 전혀 없다.

스토리를 평가하자면 막 갓띵작이라고 빨아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아버지가 주인공을 학대하는 장면, 양아치들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장면들이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하다. 주인공이 결말부에서 '약육강식'을 들먹이며 폭주하는 것도 중간에 무척이나 형식적으로 삽입된, 초능력으로 벌레를 죽여보는 장면만을 근거로 벌어지는 일이다. 이 얼마나 겉핥기식 접근인가.

나는 화가 난다. 초능력으로 조종한다는 설정으로, 파운드푸티지임에도 굉장히 안정적인 캠 화면, 흥미로운 전개, 볼만한 액션 등 수작으로서 많은 부분을 갖춘 영화지만, 굳이 깊이 파고들 게 아니면 스토리 상의 결점도 크지 않은 영화지만, 역시 화가 난다.

영화의 모든 문제는 각본가가 '찐알못'이라는 데에 있다. 데인 드한은 단순히 '맞았을'뿐, 그 이외에 정신적인 데미지라고는 고작 무기력한 아버지가 자기를 어머니의 사망원인으로 몰아가는 것 뿐이다. 찐따는 그런 데에서 화가 나는 게 아니야. 찐따가 얼마나 감성적인가. 아버지가 직업도 잃고 힘드시니까 나도 힘들지만 그 정도는 참고 산다. 찐따들의 수치심 리미트는 그렇게 낮게 책정되어있지 않다. 아버지가 학교에 갔다 오는 길에 어머니가 드실 약을 사오라고 돈을 쥐어줬는데, 학교에서 묘하게 친한척하던 양아치가 주인공의 주머니에 약값이 있는 걸 보고 빼앗는 바람에 어머니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아버지는 그걸 내 탓으로 몰아간다. 요정도 되면 슬슬 찐따의 마음에도 빵꾸가 뚫리겠지.

<캐리>라는 영화가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1976년작. 내용은 <크로니클>과 같이 초능력자 찐따 주인공이 파멸하는 과정. 하지만 주연 시시 스페이식은 절세미남 데인 드한과는 달리 몰골부터 흉하게 생겼고, 영화는 단체 샤워 중 갑자기 터진 초경으로 피가 쏟아지는 주인공과, 다른 여학생들이 그걸 놀리고 멸시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주인공은 그런 와중에도 교사에게 안겨 떨며 울고있을 뿐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한다. 그래 이게 찐따다. 찐따는 성질머리가 없다. 계속 당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내가 당해야되는 이유를 만들고 상황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다. 자신의 어딘가가 잘못되어있기 때문에 - 영화<캐리>에서는 부모님이 주인공의 능력을 '악마의 힘'으로 규정하고 나쁜 것으로 몰아갔다 - 지금 이렇게 당하는 것이라고 계속 자해한다. 결국 자해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 오면, 초능력이 없는 현실의 찐따들은 그냥 삶을 포기하고 방구석으로 기어들어가던가, 조금 용기있는 놈들은 스스로 죽어버리는 것이다.

글이 길어졌다. 영화는 그럭저럭 재밌게 봤는데, 그들이 논하는 찐따의 가벼움에 화가 좀 났나보다. 이봐, '찐따'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가벼운 개념이 아니라구....? 일평생 찐따로 살아온 글쓴이가 보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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