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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게이고는 어쨋든 재미가 있긴 함 - <동급생> (1993년작, 히가시노 게이고 저)



어느날, 임신한 채 산부인과를 서성이던 여학생이 차로에 뛰어들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의 아버지는 여학생과 원나잇을 즐긴 주인공 니시하라. 사건 당일 여학생과 같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여교사에게 진실을 요구하던 중, 학교에서 제2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는데.

소설은 주인공 니시하라가 자신의 용의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면묘사와 학생의 눈으로 본, 그래서 더욱 진위를 알 수 없는 경찰들의 수사진행을 병행하여 보여준다. 그렇게 학생이 이해한 자신의 입장과 경찰의 수사정황이 어떻게 오해와 마찰을 빚어내는지가 작품의 포인트.

여러 종류의 추리극을 보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말하자면 정통파다. 관객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던져주면서 주요한 부위를 숨기거나 교묘하게 관객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고, 나중에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사건의 진상을 짜잔 하고 내보여주는 식. 무엇보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인물들과 독자들이 나름대로 생각하게 만드는 '추리'의 본질적인 부분이 살아있는 것이 좋다. 단순히 충격적인 진상 혹은 자극적인 전개를 위주로 마치 스릴러 영화의 각본같은 느낌을 주는 다수의 소설들과는 차별적인 부분이다.

다만 결말부는 허무하다. 동기에 비해 터무니없는 짓들을 벌이고 다닌 사람들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감성적으로 다가가기엔 좀 너무 음, 어, 그렇다. 모든 사건의 시발점인 임신한 여학생 사망사건의 결말도, 그에 의한 갈등관계도 좀처럼 말끔하지 못하다. 어쨋든 우리 모두 잘못이 있으니까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건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아니 장르물이면 장르물답게 나쁜놈 좋은놈 딱딱 갈라놓고 나쁜놈은 죽이고 좋은놈은 희생시키거나 살려야될거 아녀. 이 양반 참 갑갑해.

스포일러를 몇 개 하면서 소개하거나 비평하고 싶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읽을 만한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패스한다. 재밌고 술술 잘 읽힌다. 쓸모없는 인생의 주말 오후가 뚝딱.

주지육림 하렘마스터 니시하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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