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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3일 금요일

껄끄럽다고 대충 코미디로 얼버무리지 마라 - <토르: 라그나로크> (2017년작,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크리스 햄스워스, 마크 러팔로 주연)


전작 <토르: 다크 월드>에서 사망한 듯 보였던 오딘은 사실 지구에 살아있었고, 이런 오딘의 생명이 끝나자 그것을 알아챈 오딘의 맏딸이자 인간(?)병기 헬라가 대대적인 아스가르드 침략을 시작하는데.

영화는 액션보다는 코미디에 치중한다. 나쁘지 않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거의 모든 코미디가 진지한 장면을 끊고 맥빠지게 만드는 방식으로 실행되다 보니 작품을 끌고 갈 스토리가 죽어버린다. 이를테면 <총알탄 사나이>를 보는 느낌이다. 레슬리 닐슨이 언제 스토리의 맥락으로 웃기던가? 아니, 우리는 오로지 기똥찬 상황설정과 거기에서 벌어지는 헤프닝에 웃는다.

좋아, <총알탄 사나이>이야기를 꺼냈으니 조금 더 이 작품과 비교하자. 닐슨의 코미디가 엄청나게 무겁고 진중한 스토리를 중심축으로 삼았던가? 물론 패러디는 하지, 하지만 결과적으론 아니다. 악당은 멍청하고, 닐슨은 더 멍청하고, 옆에 있는 사람은 더더욱 멍청한데 어쨋든 왠지 사건은 흘러가기에 우린 배꼽을 잡고 웃어제끼는 것이다. 하지만 <토르: 라그나로크>는 그렇지 못했다. 헬라가 묠니르를 부숴버리고, 당장 아스가르드로 날아가서 그 곳의 주민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뒤 결과적으로는 아스가르드에 대폭발을 일으킨다. 가볍게 웃기엔 너무 무거운 소재다.

아마 제작진들도 이런 걸 염두에 뒀을 것이다. 영화는 러닝타임 2시간 중 1시간 반 가까이를 토르 일행이 헬라를 막기 위해 아스가르드에 돌아가는 장면을 묘사하는 데 활용한다. 왜냐면 그건 가벼워도 되니까. 반면 헬라가 아스가르드 주민, 군대를 학살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사실 헬라의 분량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20분도 안나올걸. 난 영화를 보며 아스가르드라는 세계엔 주민이 대충 이삼백명밖에 없나보다 싶었다. 그만큼 영화는 무게감도 없고 현실감도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별로다. 그래픽의 과잉으로 깃털처럼 가볍기만 한 액션씬도 스토리의 문제를 가중시킨다.

결국 나올만한 반응은 두가지다.
1. 이게 뭐야
2. 아니 웃기자고 만든 영화가 웃기면 됐지 뭘 더 바라냐.

난 딱히 유머코드가 안 맞았는데, 또 맞는 사람들은 재밌게 볼 수 있을지도.


영화를 보는데 토르가 딱 위험한 순간에 시간이 되돌아가면서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거임. 그때 갑자기 샌즈가 튀어나오는데 사실 개꿀잼 몰카였던거임. 와! 샌즈! 파피루스! PPAP~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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