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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퇴물... 아! 옛날이여! - <스페셜 시큐리티> (2017년작, 알렝 데스로세르 감독/안토니오 반데라스, 밴 킹즐리 주연)


미군 대위 전역자인 안토니오 반데라스. 전역 후 딱히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해주진 않지만 아마 정신적인 문제로 1년간 백수생활을 하던 중, 겨우 최저시급 백화점 경비원직을 구한다. 하지만, 첫 출근일의 야간순찰부터 누군가에게 쫓기던 여자애가 백화점으로 도망오는가 하면, 여자애를 받아준 뒤에는 벤 킹슬리가 이끄는 청부업자 집단의 대대적인 습격이 이어진다.

일단 딱히 평가할만한 물건은 아니다. 아니, 물건 자체가 못 되는 영화다. 아마추어 경비원 4명과 도망쳐온 여자아이, 경험이 충만한 전직 군인 한 명이 백화점의 지리를 전술적으로 사용하여 쳐들어오는 상대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인데, 이 간단한 시츄에이션을 가지고도 영화는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위기감 없이 까불거리는 경비원들과, 워키토키 통신도청을 피해 백화점에서 장난감으로 팔던 팬시한 근거리 저주파무전기를 쓴다는 설정은 영화를 괜찮은 발상의 코미디 액션물로 만들어주기 충분한 소재였고, 반데라스와 벤 킹즐리의 검증된 연기력을 활용하면 또 한없이 무거운 액션스릴러가 될 수도 있었다. 또한, 전역 후 금전적인 문제로 가족과 헤어져있는 반데라스와 가족이 살해당한 채 도망쳐온 여자아이는 감성적인 드라마를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영화는 이 세가지에 전부 실패한다. 경비원들은 첫 번째 경비원의 머리통에 총알이 박히는 순간 전원이 얌전해지면서 캐릭터성을 잃어버리고, 반데라스와 킹즐리에게 부여된 캐릭터는 엑스트라 수준으로 평면적이며 여자아이와 반데라스 및 경비원들간의 드라마는 형성되려다 말아버린다. 그리고 백화점 내의 물건과 지형을 활용해 열악한 장비상황을 역전하는 재미도 사실상 없는 수준.

그냥 정말 저예산에 헐리우드 액션영화 시나리오 프리셋을 대충 씌워서 만든 쌈마이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왜 여기에 무려 반데라스와 킹즐리가 나오고 있는가? <아우토반>이라는 영화에서도 같은 감흥을 느낀 적이 있다. 그때도 킹즐리였어. 상대역은 내 기억에 렉터 박사로 유명한 안소니 홉킨스였던 것 같다.

하아, 내 어린 시절을 수놓은 배우들이, 이제 이런 영화에 나올 만큼 퇴물이 되었구나. 나는 지금 무척 가슴이 아프다. 정말로.

퇴물...가슴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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