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준 주인공. 그 이후 묘하게 고양이들이 치덕대기 시작하는데... 고양이의 도움을 받아 고양이들의 쓸데없이 격한 보은으로부터 도망치는 소소한 이야기.
길고양이에게 정을 줘 본 적이 있는가? 오늘 졸졸졸 따라오며 아양을 떨어도 뒤돌아서면 어느새 사라져있고, 뒤에 다시 만나면 날 기억도 못한다는 듯 무심히 지나가는.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인물들의 관계는 워낙 쿨해서 서로 싫어하기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나면 모두들 제 갈 길로 사라져버린다. 간만에 일말의 여운도 없이 담백했던 영화. 다 보고 나니 영화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잊어버리는 느낌이다. 길고양이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고 생각해야지. 필시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을 테니까. 이젠 떠오르지 않아도 그것은 좋은 영화다.
(분명 재회했음에도 서로 모른다는 듯 지나쳐가는 고양이와 주인공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좋다. 그런 담백함을 느껴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소소한 만큼 저예산의 티가 나는 동화들과 좀 무미건조한 성격의 캐릭터들은 담백함을 살리기 위해 제거된 조미료라고 생각하면 딱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