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저예산 샤크무비. 샤크 케이지 관광으로 상어구경을 갔다가 줄이 끊기면서 케이지째로 추락한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다만 상어가 아니라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는 수심 47미터 바닷속의 스트레스가 메인이다. <그래비티>를 떠오르게 하는 연출들의 효과는 꽤 먹어준다. 카메라와 배우의 위치관계를 제대로 파악할수조차 없는 화면들은 관객마저 시커먼 바다 밑으로 끌고 들어간다. 어디서 비추는지도 모를 라이트를 쫓아 거대한 바닷속 절벽을 횡단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하지만 정작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킬 상어에 대한 표현은 좀 아쉽다. 부실한 케이지, 이런저런 이유로 다친 주인공이 흘리는 피, 무전 거리가 닿지 않는다던가, 산소가 부족하다던가의 이유로 그나마 안전한 케이지를 자꾸 벗어나야 하는 상황 등에서 상어는 오로지 '있을 지도 모른다'의 공포를 주는 데 그친다. 상어 때문에 충분히 더 일이 꼬이고 긴장감이 배가될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거기에서 만족하는 듯하다.
개인적인 감상은 호평에 가깝다. 혹자는 역시 상어 지분의 부족으로 인한 느린 호흡을 지적하지만, 또 그 느린 호흡 특유의 불안감이 살아있는 영화다. 아쉬운 건 각본가도 어찌 끝내야할 지 모르겠는 채로 매듭지은 것 같은 결말 정도.
*물 속에서 무전기를 쓰는 등 고증이 좀 나쁘다는 평이 있지만, 당장 스쿠버다이빙을 안해본 내 입장에선 영화 내내 체감되는 단점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전 없었으면 재미없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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