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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3일 목요일

포켓몬의 삶은 어디로 가고 없나 - <포켓몬스터 기라티나, 화이트2> (2008년작, 2012년작, 닌텐도)




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던 세대다. 그 땐 지우 옆에 이슬이가 붙어있었다. 이슬이 시절 포켓몬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고 디자인에 과함이 없었다. 동물원에조차 잘 가지 못해 백과사전으로 만족하던 어린 나에게 포켓몬 월드는 무엇보다도 잘 꾸며진 생태공원이었다.

그랬던 포켓몬들이 조잡해지기 시작한 게 언제였을까. 디지몬 이후였던 것 같다. 디지몬은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처럼 생긴 놈도 있다는 점에서 최악이었다. 그렇다고 사고방식이 인간과 차별화되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괴상한 모습을 한 인간이면 보는 재미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인간 캐릭터조차도 무언가의 개성을 어필하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법이거늘.

대체품으로서 (나한테만)완전히 실패한 디지몬 이후 게임으로 접한 포켓몬은 디지몬을 닮았다. 어쩌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게임으로 접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듯했던 포켓몬들은 게임 속에서 단순히 레벨업과 개싸움의 도구일 뿐이었다. 그렇게 개성을 잃은 그들은 외모로만이라도 전작의 등장 개체들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온갖 해괴한 디자인을 다 달고 나온다.

난 포켓몬 자체에는 애정이 있다. 하지만 게임에는 도무지 정을 붙일 수가 없다. 이 단순무식한 게임에서 내가 하는 것은 그 어떤 의미도 없는 텍스트를 읽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일과, 공략법이라곤 상성우위에 있는 포켓몬을 길러서 선빵 한 대에 승리하는 것 뿐인 헛고생 두 가지가 전부이다.

두 게임 전부 끝까지 플레이하지는 못했다. 새로이 등장한 포켓몬들을 보며 과거의 추억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는 정도. 조금이라도 레벨링이 필요해지거나 길이 난해해지면 금세 흥미가 떨어져 버린다. 뭘 보려고 뒷부분을 계속 플레이한단 말인가.

우울하다.



P.S. 그나저나 화이트2는 남캐가 여캐보다 절대적으로 귀엽지 않은가? 내 성정체성을 송두리쨰 뒤흔들어놓는 캐릭터디자인이라니. 남캐쨩 이름이 뭐니? 응 내가 지어줘야 한다고? 그럼 넌 오늘부터 암퇘지㉾란다.

(남캐)

(여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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