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잭 라이언 시리즈가 새로 나온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넷플릭스에서 추천작으로 띄워주기 전까지 존재조차 잊고 있었던 영화. 왜 그랬나 했더니 북미에서도 한국에서도 처참하게 망했었댄다.
영화는 대충 그럴 만 하다. 묵직해야 될 사건전개에 비해 지나치게 호흡이 빠르고 흔들리는 화면이 보는 이에게 짜증을 유발한다. 게다가 철지난 러시안 테러리스트 이야기라니. 난 그 내용을 보면서 작중 시간대가 냉전시대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크리스 파인이 스마트폰을 쓰는 장면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여기에 지나친 미국뽕과 본 시리즈가 씹고 남은 배설물을 좀 섞으면 짜잔! <잭 라이언 : 쉐도우 리크루트>를 즐겁게 관람해 주십시오.
그나마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면 극중 잭 라이언이 타겟 건물에 제한시간을 두고 침투하던 씬. 초시계를 가진 케빈 코스트너와 침투하는 크리스 파인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데, 보통 이런 경우 케빈 코스트너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코스트너의 대사가, 크리스 파인의 장면에서는 파인의 대사가 나오기에 크리스 파인의 움직임과 초시계의 타이머가 완전히 별개인 느낌을 주게 된다. 이러면 제한시간이고 나발이고 흐르는 시간과 주인공의 움직임에 싱크로가 없으니 긴장감이 사라진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초시계가 나오는 장면에서 침투중인 크리스 파인의 대사가 나오는 구간이 있다. 이러면 이제 관객들은 '아 시간이 얼마 남았고 어떤 식으로 흐르고 있는데 주인공은 무엇을 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이해하고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뭐 그래봤자 그저 그런 영화라, 쓸데없이 빠른 호흡의 편집과 정돈되지 않은 주인공의 행동별 타임라인이 모든 것을 망친다. 1~2분 남은 상황에서 주인공이 처리한 행동의 수를 보면 지 쪼대로 타이머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4차원 초능력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 막말로 1초를 남기고 잠깐 집에 들러서 느긋하게 샤워 후 맥주 한 캔 까고 마누라랑 시시덕거리다 현장으로 돌아오는 수준의 연출을 보여준다. 이래놓고 작전이 성공했을 때 카타르시스가 터지길 바라면 그건 개쌍도둑놈이지. 누가 이딴 걸 보면서 시간에 몰입하고 긴장감을 느껴?
왜 이런 류의 영화들은 초시계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걸까? <미션 임파서블7>도 그랬었고.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초시계는 더 나은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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