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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2일 수요일

역겨운 민족주의 편승 - <암살> (2015년작, 최동훈 감독/이정재, 하정우, 전지현 주연)


자기 만듦새가 개똥같은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반일주의와 애국주의에 대놓고 편승하는 역겨운 영화. 내가 병신같은 영화를 한두번 본 게 아니라서 어지간한 영화엔 웃으며 넘어가는 편이지만, 민족정서에 묻어가면서 이따위로 꼼수를 부리는 쓰레기들을 보면 도저히 불쾌함을 참을 수가 없어진다.

가장 기본적인 장르부터 갈피를 못 잡는다. 친일파를 암살하려는 중에 배신자와 외부인이 개입하면서 일이 꼬여간다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스릴러의 공식이다. 하지만 하정우와 오달수의 캐릭터가 뜬금없이 거기에 코미디를 끼얹고, 후반부의 총격액션 씬은 서부극에서나 나올법한 연출로 분위기를 깬다. 그리고 마지막은 어김없는 신파극.

캐릭터메이킹도 멍청하기 그지없다. 독립세력의 대장 격인 김구(김홍파 분)와 조승우는 굉장히 계산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를 준다. 특히 김구는 친일 쁘락치인 이정재를 앞에 놓고 총을 꺼내들며 으름장을 놓은 다음, 뒤에선 압박당한 이정재가 자기 연락책을 만나는 게 확인되면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내린다. 조승우는 같은 독립군 소속(쁘락치지만)인 이정재에게, 그의 정체를 모름에도 불구하고 혹시 쁘락치일지도 모른다며 거짓 정보를 줘서 일이 꼬이게 만든다. 이로서 묘사되는 독립군의 모습은 무엇인가? 지들끼리 신용하지도 못하고, 수틀리면 서로한테 총알구멍 들이대면서 쫄리면 뒤지라고 압박하는 그런 단체이지 않은가?

이렇게 '독립운동단체'를 '절대선'으로 영화가 규정하지 못한 만큼 이 세계관에 기초하여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캐릭터들은 더 설득력을 잃는다. 아아니 독립군에서 불러주다니!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이몸 바쳐 자살(에 가까운) 폭탄테러작전을 불사하겠습니다! 라고 외치는 최덕문의 대사가 나올 때쯤이면 독립운동가가 전체주의 극우세력으로 보일 정도. 그 외에도 히트맨인 하정우는 '아무나 돈만 내면 죽여주는' 캐릭터로 등장해서 전지현이 쁘락치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의뢰를 수락하질 않나, 사실 독립투사임을 알자마자 자기 모가지까지 내어주며 그녀를 지킨다. 독립이 선언되면서 척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유리잔에 양주를 채워 건배하며 죽어간 투사들의 넋을 기리는 김구와 조승우의 모습, 독립 후 한참이 지나서도 김구의 수 년 전 명령에 따라 기계처럼 총을 쏴갈기는 전지현의 모습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만이자 모독이다. 이게 마피아지 씨발 어딜봐서 독립군이세요.

여기에 조잡한 스토리라인은 보너스. 사실 타겟이 어릴 때 헤어진 전지현의 쌍둥이 언니와 그 아버지라는 사실 덕에,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전지현을 죽이러 온 하정우가 이것 때문에 혼선을 겪고, 전지현은 자기 혈육을 죽이지 못해 번뇌하는 뭐 그런 상황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오히려 전지현은 '친일파니까'라며 아무 망설임 없이 애비한테 총질을 해대고, 하정우는 결코 쌍둥이 둘을 헷갈리는 일이 없으며 오히려 이경영(전지현의 친일파 친부)이 지 딸내미가 바뀐 줄 모르고 일본군 장교와의 결혼식을 강행하면서 사건이 터진다.

마지막으로, 아마 과도한 반일주의적 장면들로 인한 논란을 회피하려 했는지 소수의 일본군 특정인을 제외하면 일본인이라고 잔혹하거나 폭력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이 없다. 그 마음만은 이해하겠는데, 이건 장르적으로 일본인이 나쁘게 묘사되지 않으면 안되는 영화잖아. 거 학교폭력물은 진짜 온세상 학생들이 다 냉혈한 깡패새끼들이라 그렇게 묘사하는가? 필요한 건 보여줘야지. 덕분에 독립운동가들의 정당성이 더 떨어진다. 야 저 마피아같은 새끼들이 독립운동 한답시고 거리에서 총질에 폭탄질에, 저게 테러리스트지 독립운동가야?

그럼에도 독립하는 한국과 심지어 법이 아닌 총으로 제거당하는 친일파를 보면서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원하는가? 왜? 그래서 이 영화가 역겹다는 거다. 저 개지랄을 보면서도 단순히 그들이 '독립운동가' 명패를 달고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들에게 몰입할거라 생각하고, 친일파 새끼를 쏴죽인다는 이유로 결말에 환호할거라 생각하니까.

좆까 이 조센징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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