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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9일 일요일

추격씬이란? - <메이즈 러너 : 데스 큐어> (2018년작, 웨스 볼 감독/ 이기홍 주연)


두 유 노 이기홍?

영화는 재미없다. 씬에 직관성이 없어, 분명 긴장감이 있어야 할 상황에도 루즈할 뿐이다. 맨날 말로만 떠드는 것도 지겹고, 간만에 대조해볼만한 씬이 나왔으니 짤방으로 알아보자. 


-이 아래로는 영화의 후반부, 실내 추격씬의 일부를 컷 전환별로 찍어 나열한 사진들이다.

한 실험실로 주인공 남녀가 쫓겨 들어온다.

여기까지 쫓기며 총을 맞은 남자가 쓰러진다.

위 장면에서 바로 이어지는 컷. 근데 뭘 잡고 쓰러지는거야? 테이블은 등지고 있었는데?
여기서 슬슬 관객들은 방향감각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완전히 쓰러진 주인공. 
이제 실험실 입구의 어디쯤에 주인공들이 있는건지 관객은 알 수 없다.

이 때 따라들어오는 악당. 아까 주인공이 들어왔던 문인 것 같은데, 어느새 주인공들이 테이블에 은엄폐한 형태가 되어있다. 관객은 공간감각을 잃는다.

악당의 정면 클로즈업. 그나마 악당과 주인공들의 위치를 파악 가능한 위의 장면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본인은 한 번 더 보기 전까지 저 장면이 있는 줄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 장면에선 문이 서서히 열리는 부분까지 길게 찍어내 악센트를 준다. 결국 관객은 또 완전히 공간감각을 잃는다.

어두운 실험실 내에 악역의 실루엣만 비춰진다. 주인공들은 어디에 있는가?

슬쩍 쳐다보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비춰지지만, 역시 악역의 모습이 한 화면에 없기에 관객은 공간감각을 찾지 못한다.

달그락 하는 소리를 듣고 그 방향을 쳐다보는 악역. 소리의 원인과 쫓기는 주인공들이 한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소리의 원인을 찾은 악역. 카메라는 악역의 어깨 뒤에서 방금 떨어진듯한 실험도구들만을 비출 뿐. (오른쪽 그림자가 악역의 뒷모습이다.)

다시 어디론가 총을 쪼고 있는 악역. 쫓기는 주인공 일행은 여전히 어딨는지 모르겠다.

걸어가는 악역의 다리 뒤로 보이는 주인공. 이제 악역과 주인공들이 어딜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 


이렇게, 쫓는 놈과 쫓기는 놈이 어떤 공간 안에서 어떻게 술래잡기 중인지 관객이 전혀 알 수 없게 찍어놓으면, 어떻게 거기에서 긴장감을 느끼겠는가? '저러다 잡히겠다!'라는 긴박함을 관객에게 이해시켜야 할 것 아닌가?



- 이제 쥬라기 공원(1993년작)의 부엌 씬을 보자. 

어릴 적 공포의 대상이었던 밸로시랩터가 아이들이 숨어있는 부엌에 입장하신다. 굵은 화살표는 컷 전환 없이 카메라가 이동했기에, 이동하는 방향을 표기한 것.

카메라는 입구의 위치와 밸로시랩터, 그리고 그 앞의 테이블들의 배치까지 느린 속도로 보여주며 이동한다. 

이동한 화면의 끝에는 숨어있는 어린아이들. 왼쪽 위에는 입구와 밸로시랩터의 얼굴이, 아이들의 등 뒤로 지형지물들이 한눈에 보인다. 

완전히 아이들에게 도착해서 멈춘 카메라. 이젠 아이들만을 보여주고 있지만, 관객들은 이제 아이들과 밸로시랩터의 위치관계 및 이들이 있는 방의 개략적인 모습을 머리 속에 인지했다. 영화는 이걸 설명하기 위해 이 쇼트에만 8~9초의 시간을 할애한다.

다시 밸로시랩터의 모습을 테이블 기준 아까와 반대 방향에서 보여주는 카메라. 굵은 화살표는 카메라의 이동경로이고, 저 경로 끝에는 당연히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관객은 공간감을 확실하게 인지했다. 

음 그래 이제 아이들과 밸로시랩터, 그리고 방 내의 지형지물들이 대략 어떤 모습인지 확실히 알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위치관계를 설명해주는 친절한 카메라. 이번엔 주인공 여자아이가 랩터를 살짝 훔쳐보는 시선을 따라간다. 이 각도에서 본 방은 이제 관객에게 완전히 익숙하다. 

랩터를 보자 화들짝 놀란 주인공과 함께 빠르게 유턴하는 카메라.


다시 아이들로 돌아온 카메라. 이로서 아이들이 움직여야 할 이유까지 확실해졌다. 이 쇼트는 아이들의 다음 움직임에 당위성마저 부여한다. 

이제 조금 먼 곳에서 아이들과 방 내부, 그리고 랩터를 동시에 비추는 카메라. 관객에게 몇 번씩 반복해서 이들을 보여줌으로써 지속적으로 공간감을 이해시킨다. 

움직이는 아이들과 그걸 포착한 랩터, 그리고 실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러다 잡히겠다!' 관객은 완전히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아직 다 이동하지 못한 아이들과 그것을 확실히 인지한 듯한 랩터의 모습. 완전히 아이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관객들의 손은 땀으로 흥건하다.

아이들과 밸로시랩터의 시선, 이동경로를 한 번에 보여주는 화면은 관객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려 노력하는 중이다.

여자아이가 턴하는 동시에 화면이 바뀌어 그녀를 가까이 비추지만, 이제 관객은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완벽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랩터의 위치도.

그리고 랩터와 테이블 하나를 놓고 엇갈리는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으로 남는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는 감히 오마주까지 시도하지만 흉내조차 내지 못했다.


이상으로 직관성에 대한 설명이다. 비록 부족한 필력이고, 영알못이라 용어에도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조금은 내 생각이 전달되었길 빈다. 

그리고 점오초 단위로 화면 휙휙 돌려가며 정작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디테일들은 싸그리 생까버리는 요즘의 영화들은 엿이나 쳐먹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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