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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4일 월요일

당신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을까요 - <마비취> (1986년작, 왕정 감독/ 유덕화 주연)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의 다급한 전보를 받은 유덕화. 친구는 KGB에게 쫓기는 중이었고, 유덕화는 친구가 남긴 대형 비취휘석을 맡게 되는데 그 비취는 놀랍게도 살아 움직이는 보석이었다. 집요하게 보석을 쫓는 러시아의 악당을 피해 인터폴과 연계하는 유덕화, 이들의 여정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가끔씩 향수에 젖을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며칠 전의 일보다도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몇몇 순간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꺼내 보는 영화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몇 편쯤 있을 것이다. 나에겐 이 영화가 그렇다.

사실 영화적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어린아이와 교감하는 미지의 보석, 유치찬란한 대사를 뇌까리며 폼잡는 악당, 80년대식 슬랩스틱 코미디, 쌈마이한 세트장. 그렇지만 재밌다. 그 시절 '쾌남'의 이미지를 그대로 빼다 박은 젊은 유덕화, 전성기의 나부락, 리처드 노튼, 막소총, 진백상, 그들의 액션은 화려한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폭력적이기는 커녕 상쾌하다. <짱구는 못말려>에 전성기 홍콩 액션을 가미하면 이런 느낌일까?

점점 무겁고 진중해져만 가는 영화계에서 더 이상 '활극'이라는 단어를 찾기 힘들다. 헐리웃은 코미디와 액션을 번갈아 보여줄 뿐 두 가지를 병존시키는 법을 모르며, 중국은 홍콩반환 이후 마치 영화를 찍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린 느낌이다. 악역과 선역 모두가 인간미를 잃지 않으면서 가벼운 액션 쇼를 보는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런 장르의 영화는, 그런 감성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오십원짜리 싸구려 아이스바의 맛,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잠시 그늘의 벤치에 앉아있었을 때 느껴지던 어린 시절 여름의 냄새, 풀벌레도, 유리벽 너머로 진열된 영화포스터들도, 조악한 낚시도구를 만들어 놀던 개울가의 물소리도, 그저 모든 것이 즐겁던 그 시절의 순수함이 사무치게 그립다.

어쩌면, 우리는 그 시절 굳이 영화적 '나쁜 놈'을 만들어 죽이는 카타르시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즐거울 수 있었기에 이런 영화를 좋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故 김기찬 作,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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