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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소림사는 좀 병신같아야 재미있다 - <소림 36방> (1978년작, 유가량 감독/유가휘 주연)


청나라의 압제를 몰아내기 위해 학생신분으로 비밀문서의 전달 역을 맡던 유가휘. 하지만 꼬리를 밟혀 모든 동료와 일가족이 살해당하고, 도망친 유가휘은 이런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소림사에서 무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우선, 매니아층이 아닌 이상 지금 볼 만한 물건은 아니다. 허술한 편집점 덕분에 장면간 연결성이 거슬릴 만큼 떨어지고, 명작이라고 칭송받는 것에 비해 액션씬의 퀄리티는 글쎄? 동시대의 타 작품들에 비해 딱히 합이 뛰어나거나 구성이 대단하거나 한 게 없다. 복수심에 소림사에 들어갔지만 딱히 그에 관한 갈등은 나오지 않고, 그렇게 훈련받고 속세에서 복수를 행한다는 설정에 대해서도 일말의 고민이 없는 등 드라마적인 면도 상당히 부족하다. 널부러진 시체들 한가운데서 한 명은 적장의 시체에 복수의 칼빵을 쑤셔대며 피분수를 자아내고 유가휘는 나무아미타불을 연신 읊어대는 장면은 B급 컬트 호러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

하지만 우리가 언제 그딴 걸 신경쓰며 소림사물 영화를 보았는가. 무릇 이런 영화는 소림사의 골때리는 훈련법들만 잘 뽑혀주면 오케이인 것이다. 겨드랑이에 칼을 끼워서 팔을 못 접게 만든 다음 물통을 들어 옮긴다던가, 손목을 강화한답시고 3미터는 되보이는 대나무 장대 끝에 쇳덩어리를 달아놓은 공이를 들고 목탁소리에 맞춰 종을 때린다던가. 사상적 확신에 가득찬 스승이 제자를 개잡듯 족치다가 결국 둘 사이에 SM틱한 동질감이 싹트는 스토리는 또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단 말이지.

어쩌면 현실도 마찬가지인 것 아닐까. 스승이 되면 주먹질을 하고 싶어지고 또 자길 개패듯 패는 놈한테 진심으로 복종하는 것이 인간 심층의식 속의 본능이라거나. 패는 놈은 아들같아서 패는거고, 쳐맞는 놈은 아버지같아서 쳐맞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니 그냥 패는 놈이 아버지고 쳐맞는 놈이 아들인걸지도. 고든 램지 빨리는 것 좀 보라. 다 상대방 잘되라고 그러는거니 상관없다고? 도대체 인생 롤모델이 누구길래 그딴 말이 나와? 직쏘 살인마? 아만다트랩 한 번 씌워주면 감사하다고 8방향으로 광광 울며 무발기사정할 놈들일세;

여담으로 난 소림사물 중엔 <소림사 18동인>이 제일 재밌더라. 깡통맨들 때릴 때 타격음이 잊혀지질 않음.


참스승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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