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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5일 금요일

추억의 작명기법 - <존 카펜터의 스네이크> (1999년작, 노엘 노섹 감독/ 새넌 스터지스, 해리 햄린 주연)


영화의 시작부분, 사고로 열대 아마존의 맹독성 방울뱀이 미국의 한 마을에 풀린다. 그리고 20년 후, 사고지역 근방의 마을에서 한 남자아이가 방울뱀에 물리고, 바로 인근에 있던 의료진이 뛰어갔음에도 그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데....

솔직히 재밌을거라 생각하고 본 영화는 아니다. 각본참여자 중 한 사람이 존 카펜터라는 이유로 한국명을 <존 카펜터의 스네이크>따위로 붙여대는 쌈마이함만 봐도 졸작임이 틀림없을테니까. 근데 또 그게 추억을 자극하지 않는가? 예전에는 진짜 쓸데없이 ~의 ~ 하는 영화들 많았었는데. 심지어 그 중엔 재밌는 영화도 있었단 말이지. 뻑하면 스티븐 스필버그라거나 성룡같은 유명인들 이름을 팔아댔던 기억이 난다. 예시를 몇 개 적고 싶은데, 정확한 이름들은 귀신같이 떠오르질 않네.

영화는 딱 예상대로. <아라크네의 비밀>을 대충 방울뱀 버전으로 열화재생한한 느낌이다. 사고로 열대우림 지역에서 평범한 미국의 마을로 들어온 맹독성 동물이 이종교배하여 업그레이드된 맹독성과 공격성을 지니게 된다는 전체적인 설정부터. 하지만 이 영화, 최소한의 긴장감이나 당위성을 조성할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다. 20년동안 교배종이 뭘 하다 이제야 나타나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가? 뱀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마주치고 공격하게 되는가? 뭐 이런 질문들. 더 웃긴 건 영화 내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굳이 언급한다는 것이다. 딱히 해결 못했으면 조용히 넘어가기라도 하던가. 허술함도 이런 허술함이 없다.

하지만 그 허술함이 우습다. 진짜 별 거 아닌 영화라도 뱀만 나왔다 하면 벌벌 떨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눈물겹게 우습다. 좁고 눅눅한 방에 아놀드 슈워제네거 스티커가 붙어있던, 아마 15인치정도밖에 안 되었을 내 브라운관 티비가, 또 그 티비 속이 세상의 전부인 양 착 달라붙어서 영화를 보던 그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구나. 까짓거 영화가 좀 쌈마이하면 어떠랴, 나에겐 노스텔지어인 것을.

아아 노스텔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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