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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0일 목요일
해야될 이야기는 안하고 - <고질라: 행성포식자> (2018년작, 시즈노 코분, 세시다 히로유키 감독/미야노 마모루 CV)
인간/빌루살루도/엑시프의 3종족 연합군이 고질라를 상대로 결전을 벌이는 상태. <고질라: 괴수행성>에서 인간의 전략이 실패하고, <고질라: 결전기동증식도시>에서 빌루살루도의 전략이 실패했다. 그러면 이제 엑시프의 전략만 남았는데, 그들의 신 '킹 기도라'를 지구로 불러들이자는 엑시프들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우로부치 겐의 각본이라는 점과, 전작들에서 보여 온 작품의 지향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서도 참 안타까운 결말이다. 스토리의 결말이 안타깝다는 것이 아니고, <신 고지라>를 기점으로 어느정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괴수물을 이렇게 조져놨다는 결말이 그렇다는 거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시리즈는 좆망했다.
내가 아는 우로부치 겐은 '절망'이라는 주제를 꽤 잘 다루는 작가였다. 무언가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인물상을 굉장히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사람이며, 그로 인해 벌어지는 좌절과 절망의 맛이 그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하던가. 자신의 보금자리와 가족을 잃어버린 인간의 고지라에 대한 맹목적 공격성, 과학적 진보를 신봉하는 빌루살루도의 극단적 기술만능주의, 탐구의 끝에 다다른 엑시프의 니힐리즘. 1,2,3편 전부 충분히 다룰 만한 주제지만 풀어가는 방법이 완전히 틀렸다. 너무 많이 틀려서 어디서부터 틀렸는지 정확히 짚을 수는 없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복선의 부재를 꼽겠다. 인간/빌루살루도/엑시프 3종족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실했기에 그들의 지향점이 인간과 틀어지는 각 작품의 클라이막스가 전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종족간의 차이점을 좀 더 부각해야 했다. 그래도 제목에 고질라 3글자 들어간답시고 무의미하게 괴수 얼굴이나 찍어대지 말고, 그 시간에 관객들이 인간 측에 몰입하여 다른 2종족과의 이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 관객들은 괴수의 강함으로부터 오는 압박감보다는 삐걱거리는 연합군의 위태로움에서 긴장감을 느껴야 했으며 그럼으로써 결국 믿을 놈 하나 없었던 현실 앞에 패배하는 작중의 인간들과 함께 절망해야 했다.
영화는 결국 고질라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끝난다. 납득되지 않는 결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결말은 납득할 수 없다. <고질라: 행성포식자>는 영화의 1/3가량을 관객들에게 니힐리즘을 납득시키려는 나레이션으로 채웠다. 하지만 난 엑시프들이 갑자기 왜 지랄인지, 나레이션이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건지, 또 그거에 주인공은 왜 설득당하려다 또 어디서 어떤 개소리를 듣고 다시 반발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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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그러게요. 이게 장르에 변주를 주려다 보면 장르보다 변주에만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시리즈도 장르의 본질을 잊은 게 패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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