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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0일 목요일

혜자?애매, 창렬? 애매 - <늑대 게임> (2018년작, studio wasabi)


눈을 떠 보니 건물에 감금되어 있는 주인공들. 스스로를 울프와 메리라고 소개하는 인형들이 말하길, 탈출을 위해서는 목숨을 건 마피아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데....

'늑대'를 뽑은 사람은 양 한 마리를 죽여야 하고, 이후 양은 재판에서 늑대를 가려내야 한다. 재판이 끝나고 늑대가 밝혀지면, 울프와 메리의 재기발랄한 늑대 처형 씬이 이어진다. <단간론파>와 몇 가지 디테일을 제외하면 뼈대는 똑같다.

게임의 가격은 0원, 하지만 게임 내에서 수시로 틀어대는 광고를 없애기 위해선 2500원이 필요하다. 2~3분에 한 번씩 틱톡 광고가 뜨는 순간 게임이고 나발이고 <모탈 컴뱃>의 테크노 ost를 최대볼륨으로 튼 다음 주변의 아무에게나 페이탈리티를 먹여버리고 싶어지니 그냥 게임 가격이 2500원인 셈 치자. 고로 게임은 2500원짜리 쌈마이 파쿠리겜이라는 것이다.

이 쌈마이함을 마음에 새기고 기대치를 낮춘다면, 2500원 어치의 값은 충분히 해내는 듯 싶다. 특히 항상 수동적으로 살인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는 단간론파류 게임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내가 늑대 카드를 뽑고 주도적으로 살인을 계획하며 눈치를 보는 상황에 돌입하면 생각보다 상당한 서스펜스를 안겨 준다.

특기할 점은 이것뿐이다. 나머진 그냥 쌈마이. 캐릭터들의 개성은 그럭저럭 구별은 되는 수준이나 볼륨이 캐릭터의 숫자를 감당하지 못한다. 흑막의 동기는 그저 그렇고, 게임 전반적으로 뿌린 떡밥은 유야무야 별 임팩트 없이 회수된다.

본편의 진엔딩까지 진행했고, 서브스토리팩(8900원)은 어떻게 봐도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 될 것 같아서 구매하지 않았다. 그래도 평이한 내용물에 비해 2500원이면 혜자일지도 모른다. 그럭저럭 재밌게 즐겼던 또다른 단간 파쿠리겜 <탐정의 왕>은 무려 9900원이었으며, 얼탱이없는 전개와 싸가지없는 창렬분량으로 날 화나게 한 후속편 <범죄의 왕>은 8900원이었다. 일러스트나 UI에서 느껴지는 싼티를 유머로 승화시키면서 잘 짜인 느와르를 만들었던 <불의 단서>시리즈도 각각 4500원 정도는 했으니, 이쪽 방면 게임을 좋아하는데 한 번쯤 해볼만 할까요라는 질문에 난 아마 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래봬도 같은 회사의 전작보다 훨씬 발전한 물건이라는 평가가 있던데, 까짓거 2500원 투자해줬으니 다음 게임으로 훨씬 나은 뭔가를 뽑아줬으면 감사하겠다. 텍스트겜 엄청 좋아하는데 이제 사실상 다 죽어버렸단 말이야.

바로 이전에 <고질라: 행성파괴자>에서도 쓴 말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저물어가는 중이니까, 난 이런 게임이라도 나와준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KFC의 맛은 없지만, OFC정도의 유쾌함은 있는 게임이다. 단돈 2500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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