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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8일 금요일

추리 혹은 스릴러의 사건은 단순히 난해하기만 한 게 전부가 아닌 듯.

단순히 난해한 사건은 결국 의문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김이 식어버림.
의문점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그 이후부터는 볼 것도 없으니까.

그러니 스릴러물의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방향 해석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함.
끝까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은 존재하기 힘든데다 존재한다 쳐도 이해되기 어렵고, 따라서 오히려 언뜻 명료해보이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되기 쉬운 사건이 사람들의 구미를 당김.

특히 살인사건의 구성에서 이런 게 심함.
첫 희생자는 밀실에서 죽고, 두 번째 희생자는 어떻게 유도되었는지 몰라도 어쩌면 랜덤으로 배분될 수도 있었던 여러 잔의 컵 중 독이 든 특정 컵의 음료를 먹고 죽고, 세 번째 희생자는 불이 타는 방에서 왜인지 탈출을 하지 않고 죽고... 전부 '단순히 난해한' 사건임. 어떻게 밀실에서 살인을 했을까, 어떻게 특정 컵을 들도록 유도했을까, 어떻게 불이 난 방에서 멀쩡한 사람을 탈출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일견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지만 이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은 그렇지 않게 됨. 많은 추리물에선 단편적인 단서들만을 제시하고 후에 탐정이 이것들을 재조립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흥미가 식거나, 듣고 보니 식상하거나, 아주 나쁜 경우 듣기도 전에 이미 보일 만큼 구리거나. 어느 쪽이 됐던간에 처음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미스터리함은 어디론가 증발하고 없음.

그래서 중요한 것이 다중해석이 가능한 사건의 존재임. 밀실의 앞에 깨진 유리가 잔뜩 있었다고 독자들이 그 유리에 대해 깊게 생각하진 않음. 작품 속의 탐정 혹은 형사 등 사건을 추리하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마땅히 독자에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야 함. 그럼으로써 단서에 대해 설명하는 겸 독자, 혹은 시청자들이 주도적으로 사건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그렇다고 다중해석이 가능하기만 한 것도 문제임. 최소한 그 중 한 개의 해석은 사건의 메인스트림과 맞닿아있어야 함. 이를테면 아까 예를 들었던 밀실 앞에 깨져있던 유리조각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유리조각에 대한 다중해석으로 뭐 유리잔의 조각일 것이다, 없어진 수조의 조각일 것이다, 전혀 다른 유리조각을 수조의 유리조각 속에 흩뿌림으로써 전혀 다른 유리조각의 출처를 숨기려 했을 것이다 등등을 설정했다고 치자.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지? 그간 여러 가지 작품에서 등장했던 유리조각 트릭들을 늘어놓은 것 외에 독자들이 이것을 보고 무엇을 느끼겠는가?

자, 마지막으로 사건의 메인스트림에 닿는 해석을 추가해 보자. 주인공, 혹은 형사 등은 유리조각에 대한 일련의 감상을 늘어놓은 다음, '범인은 모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밀실의 앞에서 유리를 깼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것을 기반으로 수사하지만 도저히 유리와 밀실이 연관되지 않으며, 오히려 밀실살인을 만들고서 자칫 소리가 커서 현장을 들킬 수 있는 유리를 그 자리에서 깼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사건은 다른 국면으로 치닫을 수 있다. 만일 밀실이 피해자 본인이 만든 밀실이고, 밀실의 입구에 다가갈 수 없도록 유리를 깔았다면? 급격하게 자살, 혹은 그런 죽음을 유도할 수 있는 범인을 찾는 방향으로 사건이 변질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반전, 밀실살인이 일어난 것과 유리조각이 생긴 것이 과연 같은 시간에 일어난 일일까. 사람들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밀실살인사건의 현장에 어떤 조작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밀실 앞에서 유리를 깨는 것은, 밀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충분히 행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유리가 무슨 유리였냐는 것은 결국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유리가 사건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냐는 것이다. 어떻게 밀실을 만들고 그 앞에서 유리를 깼을까? 이런 문제는 해결되는 과정에서 금방 흥미가 식는다. 단서는 그저 사건의 구성요소일 뿐만 아니라 그 해석에 따라 사건 전체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단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작품에 몰입해줄 것이다.

그냥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막 흘겨쓰다 보니 두서없고 문체도 뒤섞여있는데 그냥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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