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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9일 토요일

공포 불합격 성장? 글쎄. - <그것> (2017년작, 안드레스 무스키에티 감독/ 소피아 릴리스 주연)


영 비정상적인 어른들만 있는듯한 한 마을. 첫 장면부터 기괴한 피에로가 한 아이를 잡아먹더니, 이후 마을의 아이들을 하나식 덮치기 시작하는데...

한참 전부터 보려고 생각했다가 이제사 본 영화. 이미 공포영화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공포에 대한 감상은 '불합격'. 작중의 피에로 페니와이즈는 상당히 괴기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외형만으로 공포의 소재가 될 순 없었다. 어쨋든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인데도 불구하고 능력에 비해 아이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실력이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단순히 무섭게 생겼을 뿐, 잡히면 바로 죽는 것도 아니요, 아이들이 조금만 도망치면 굳이 쫓아오지도 않으니 영 스릴이 없다. 가끔 바로 죽이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행동에 일관성조차 없는고로, 영화 중후반엔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

성장드라마의 경우 '모르겠음'. 워낙 미국식 문제가정의 이야기이다 보니 한국적인 감성으로는 따라가기 힘들다. 한국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무거웠던 가부장의 무게에 견디지 못해 폭력적으로 망가진 아버지상이라던가, 자식을 위하는 것과 자기만족적인 것의 경계가 옅어지면서 집착증세를 보이는 부모상이 보인다면, 미국은 부모의 성격과 자식의 성격 간에 간극이 너무 커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그런 느낌. 과연 개인주의의 아성, 미국다운 이야기다.

정리하면 이 영화는 꽤 고어한 장면을 몇 개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용 영화로 보아야 맞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 마을의 모든 어른이 비정상적인데, 이건 아마 아이들의 시점에서 본 어른의 단점만 따로 떼어 표현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아이들은 이런 부분에 공감하고, 자신들이 오갈 곳 없는 외톨이라 생각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혼자 남겨졌을 때에 단순히 '괴상하게 생겼을 뿐'인 페니와이즈를 만나는 것도, 그 상황에서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아이들에겐 엄청난 공포겠지. 또 이런 공포를 아이들의 힘으로 이겨낸다는 성장기는 의외로 같은 아이들에겐 상당한 카타르시스일지도.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지만, 솔직히 7~12세 아동에게 가장 잘 먹힐 것 같은데. 자신이 이런 쪽에 관대한 부모라면 자식이 이 영화를 가장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나이에 보여줘보는건 어떨까?



영화의 분위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난 네가 무섭지 않아! 널 이렇게 빠따로 갈겨버리겠어!'
어른들에겐 좀 맥빠지는 전개일걸.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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