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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2일 화요일

알았어 너 잘난 거 알겠으니 그만해 - <소림사3 남북소림> (1986년작, 유가량 감독/ 이연걸 주연)


탐관오리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소림사에서 수련중인 이연걸, 마침 원수의 근처에서 사자춤을 시연할 기회가 생겨 시연 중 암살을 계획한다. 하지만 시연장에는 이미 선객으로 온 암살자가 있었는데...

유가량 감독은 사실 영화를 찍는다기보단 무술 홍보물을 찍는 것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무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가볍고 명쾌한 스토리와 환상적으로 짜여진 합 두 가지로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그 두 가지가 온데간데 없다. 스토리는 여전히 가볍지만 명쾌함이 없고, 합맞춤은, 특히 촬영에서 엄청나게 허술하다. 내가 아는 유가량은 이렇게 영화의 핀트를 놓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소림사 시리즈 자체가 중국(홍콩이 아닌 중국 본토. 유가량은 홍콩에서 활동한 감독이다.)의 문화선전영화에 가까웠다는 말이 있다. 그런 느낌으로 보면 얼추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 영화는 주연인 이연걸과 메인인 복수극의 드라마를 완전히 등안시한 채로 사자춤 공연, 무술 품새 시연 등의 부차적인 요소에 러닝타임을 쏟아붓는데, 아마 중국 정부 측에서 따로 요구했던 사항이 아니었을까? 물론 덕분에 극의 몰입도는 개박살이 난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유가량도 더 이상 영화를 진행하기 싫었을 것이다. 7~80년대 영화에서조차도 그의 무술씬 연출력은 굉장했다. 카메라를 어디에 놓아야 배우들의 움직임이 가장 직관적으로 잡히는지 정확히 알았으며, 그 어떤 병기를 다루더라도 카메라의 동선설정에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만은 아니다. 너무 좁은 공간에 배우들과 카메라를 동시에 가둬놓고 찍느라고 화면에 움직임이 다 들어가지도 못할 뿐더러, 마치 아마추어가 카메라를 들고 단순히 배우가 움직이는 곳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듯한 촬영은 실제 고수들의 액션조차 사이비 무술단체의 몸부림 수준으로 전락시켜버린다. 성의없음이 눈에 보이는 영화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결국 남는 것은 뻔질나게 나와대는 이연걸과 그외 배우들의 품새 씬. 만리장성. 십여분간 집요하게 들이미는 사자춤 공연. 그래. 알았어. 중국 정말 멋있어. 세계 최고의 나라야. 그러니까 그만 좀 해.


엄청나게 좁은 사각의 방에서 지나치게 카메라와 가깝게 위치한 인물들.
아무리 '진짜'고수들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찍어놓으면...
보통 이럴 땐 벽 한쪽(카메라가 등진) 뚫어놓고 찍던데, 왜 그랬어요?

이것이 大中國의 少林哲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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