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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2일 화요일

평범의 끝은 걸작2 - <영웅전설 천공의 궤적 sc> (2006년작, 니혼 팔콤)


드디어 끝냈다. 60시간이 넘는 대장정 끝에 엔딩. 전작인 천공의 궤적 fc까지 치면 120시간 이상 플레이한 듯 싶다. 이제 얼추 게임의 요소에 대해 리뷰를 남긴다.

1. 스토리

평범하다. fc에선 주인공들이 '유격사'가 되기 위해 전국의 도시를 돌며 임무를 수행하고, 얼떨결에 몇몇 임무들이 급진파의 쿠데타와 연관되어 있어 국가전복음모를 막아내며 정유격사가 된다. sc에선 fc의 쿠데타에서 급진파 측이 노리던 지하유물이 사실 고대의 아티팩트라는 것을 알아내게 되며, 이것을 노리는 비밀조직과 결투, 아티팩트를 통해 부활한 고대괴수를 쓰러트리는 이야기다. jrpg가 파판 6~7이후로 꽤 복잡한 스토리를 가지게 되어 이렇게 한두문장으로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은데, 천공의 궤적은 아주 단순명료하다. 때문에 극적인 부분은 없지만, 비슷하게 단순명료한 스토리라인을 내세우는 킬링타임 액션영화들처럼 무난한 재미가 있다.


2. 전투



(위에서부터 중범위 기술, 대범위 기술, 전범위 기술)

평범하다. 그렇다고 고전적인 바닐라 턴제게임일 뿐인 건 아니다. jrpg를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턴제게임도 나름대로 게임성을 살리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 파이널판타지 류는 ATB시스템을 도입해서, 내가 캐릭터의 명령을 고르는 와중에도 시간이 흐르는지라 빠르고 적확한 커맨드 입력이 중요했고, 그란디아 류는 캐릭터에게 명령을 입력하는 순간만 시간이 멈추는지라, 그 멈춘 시간 안에서 상대가 누굴 공격중인가, 누가 피격당하기 직전인가를 보고 알맞는 명령을 내리는 재미가 있었다. 

영웅전설은 캐릭터에게 명령을 내리면 그 명령을 수행하는 것 까지가 캐릭터의 턴으로 인식되는, 기본적으로는 전형적인 턴제 게임이다. 하지만, 위의 짤 좌측에 캐릭터섬네일이 보이는가? 캐릭터섬네일의 옆에는 해당 턴에 캐릭터에게 붙는 버프가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턴뺏기를 통해 해당 버프를 뺏거나, 혹은 적의 버프를 보고 대비할 수 있다. 소소하지만 어려운 전투에서는 꽤 머리를 굴리게 만드는 방식. 

fc에서는 보스급에 가까운 몬스터들도 이런저런 디버프를 먹었었는데, sc로 넘어와 안티디버프 보스들이 늘어났다는 점은 좀 안타까운 사실. 대신 더 치명적인 스킬을 난사하지만 그건 스펙으로 커버할 문제고, 전투 중 머리를 쓸 일은 많이 줄었다. 

맨 윗짤에서 시전되고 있는 중범위 기술이 '에어리얼'인데, 속성마법중 압도적인 마나효율로 게임플레이타임의 70%를 이것만 쓰게된다는 것도 좀 에러. 특히 수/화/지속성 광역기는 해당 속성의 역속성 보스전에서조차 잘 안 쓰게된다. 밸런스 무엇. 


3. 그 외 요소

뭐 낚시라던가, 요리라던가 야리코미 수집요소들이 있는 편이지만 신경쓸 정도는 아니다. 단순히 낚시도감을 채우고, 먹어본 요리목록이 늘어나는 것 만으로는 글쎄? 수집욕이 자극되는 수준은 아니지 않나. 여기선 그냥 무시하고, 게임을 하면서 신경쓰인 이런저런 점들만 짚어보겠다.




첫째로, 정말 수집욕을 자극하는 시스템인 쿼츠-아츠 스킬시스템. 아래짤의 우측에 보이는 게 마법도구인데, 여기에 쿼츠라는 마법구슬을 박아넣으면 스킬인 '아츠'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래짤의 하단을 보면 쿼츠 하나당 올려주는 속성치(elemental value)과 능력치(ep소비 -n% 등)가 존재하는데 윗 짤의 아츠표를 보면서 필요속성치 맞추려고 짱구를 굴리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 필드전투가 그다지 재미없는 편인데도, 이 쿼츠를 사기 위해서 노가다를 자처하게 될 정도. 비록 이 시스템은 게임의 메인 전투시스템이요, 야리코미가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뭔가를 하게 만들려면 이정도 재미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은 개떡같은 길찾기. 아니 파판9시절부터 이미 jrpg에서 길찾기로 시간끌기는 배제됐다고 생각했는데, 이 겜은 왕왕 개떡같은 맵을 들고나온다. 본인은 이런 걸 보는 즉시 짜증내며 공략 지도를 켜는 편이지만, 혼자서 끙끙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꽤나 문제일 듯. 특히 윗 맵의 경우는 층이 모두 계단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 워프게이트로 왔다갔다하는 것이라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다. 뭐 그래도 전반적으로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었고, 헤매다 보면 언젠간 골인할 정도는 되니 엄청난 단점으로는 꼽고 싶지 않다만, 미니맵을 만들라고 씨-발련들아.



똥내나는 인게임 컷씬. 01년작 파판10도, 아니 00년작 파판9도 이러지는 않았다. 아예 무비컷이 있기도 한데, 그것도 영 별로. 무슨 스케치업으로 그려서 렌더링한듯한 이미지야. 겜 자체가 시대에 역행해서 똥내가 심한 편. 뭐 팔콤 게임이 다 그런 것 같으니 이해할 수 없다면 얌전하게 겜을 접는 게 맞을 듯.


마지막으로 파티편성. 이게 진짜 빅엿이다. 각 챕터 혹은 특정 퀘스트마다 강제로 끌고가야되는 애들이 있어서 주력파티원에 집중할 수가 없고, 또 남는 자리에 항상 끼워다니며 주력으로 길러놔도 몇 챕터씩 자리를 비우는 애들이 천지삐까리라 개빡치지 않을 수가 없음. 티타년 벽돌됐을때, 클로제년 나랏일보러 간다고 잠수탈때, 올리비에새끼 갑자기 지 나라 돌아가겠다고 빤쓰런할 때. 뒤통수 터지는 줄 알았자너. 심지어 지금 고정팀원인 저 초록머리 남캐도 중간에 몇챕터 잠수탄다. 진짜 믿을 놈은 진 뿐이다. 킹 갓 빛 진.


4. 마치며

기존에 볼륨이 상당한 게임을 하고도 리뷰는 가볍게밖에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한 번 길게 써봤다. 불평불만도 많지만, 요약하자면 후기를 길게 지낄 정도로 재밌긴 하다는 것. 분명 평범한 게임인데 어째서인지 빠져들어서 수십시간을 달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유 노 더 리전드 오브 히어로즈? 
츄라이츄라이.







(근데 솔직히 온천씬은 일러스트가 따로 있어야지 팔콤 개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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