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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5일 화요일

못 알아듣고 보니 무섭다 - <빅 쇼트> (2015년작, 아담 맥케이 감독/크리스천 베일, 브래드 피트 등 주연)


어느 날, 빅데이터 관측을 통한 추론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크리스천 베일. 역배팅을 위한 그의 보고서가 이곳저곳으로 돌며 몇 명의 인물들이 같은 방향으로 투자를 하게 되는데, 분명히 주택담보대출상품의 환급률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가격은 요지부동일 뿐이다. 왜 내실은 완전히 망한 상품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내 경제학적 지식을 막 과시하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 근데 쥐뿔이 아는 게 있어야지. 그래서 무섭다. 포스터의 인물들을 포함한 영화상 등장인물의 대다수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하고 역배팅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면 사태가 꽝 터지고 신나게, 혹은 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돈을 쓸어모으는 그들의 모습에 집중한 영화인가? 그렇지는 않다. 역사적 사실로서 완벽하게 예견할 수 있는 그들의 대성공에도 의외로 고비는 있었다. 바로 그 부분에 영화는 포인트를 준다.

이런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아무리 전개되도 관객이 알아쳐먹질 못한다는 데 있다. 관객은 기본적으로 일자무식이다. ISDA, CDO같은 약어들이 튀어나오고 그래프가 그려지고 수치를 아무리 나불대도 저게 왜 발단이요 위기인지 모른다. 그래서 영화가 선택한 방법이 메타픽션이다. 등장인물들이 어려운 단어로 대화하던 중에 갑자기 관객들을 정면으로 보고 자기 말을 설명하질 않나, 전혀 뜬금없이 거품목욕중인 마고 로비(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 역으로 유명한 배우)의 욕실로 화면을 돌리더니 목욕중인 그대로 해설을 시작하기도 한다. 굉장히 키치한 방식인데 귀에 쏙쏙 들이박힌다. 영화는 빠른 호흡과 재기발랄한 설명충 편집으로 내달리고, 관객은 무식한 머리통으로 그걸 따라가다가 관성처럼 결말에 쳐박히고는 머리가 얼얼해진다.

그러면 난 영화를 이해했을까? 솔직하게 전혀 못했다. 얼개는 알겠는데 정확한 속사정은 역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바로 내일 정확히 똑같은 일을 현실에서 겪고, 돈이며 집이며 싹 다 날린 다음 길거리에 나앉고도 뭐가 문제인지 모를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거대한 무지의 결정체 같은 인간이다. 못 알아듣고 보니 무섭다.

그러니까 와타치는 그냥 콘페이토를 원하는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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