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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1일 목요일

흥미를 못 끄는 법 - <더 위쳐3: 와일드 헌트> (2015년작, CD프로젝트)


워낙 유명한 게임이기에, 할인가가 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즈음 해서 플레이해보았다. 포스터 우측 인물인 시릴라가 실종되고, 좌측 인물인 게롤트가 찾으러 나선다는 이야기로 스토리만큼은 굉장히 단순한 구조. 그리고 그 단순하면서 왕도적인 설정을 가지고도, 게임은 유저의 흥미를 끄는 데 실패하고 만다. 


(초반 서브퀘스트 라인의 주요인물 키이라 매츠)

빠들에겐 최고의 장점이자, 나같이 게임에 도무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겐 최악의 단점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스토리이다. 뻑하면 오픈월드요 뻑하면 자유도 자유도 부르짖다 사실상 게임을 워킹시뮬레이터로 내보내는 일이 잦은 양키겜답게 당연히 오픈월드 시스템에 스토리 중간중간 선택지가 굉장히 많고, 그에 따라 이후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설계도 굉장히 자잘하다. 좋지. 근데 이렇게 설계하면 복선 혹은 떡밥 활용에 지대한 문제가 생긴다. 이유인즉슨 플레이어가 즉각즉각 선택지를 따라 내용을 만들어가는데,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공통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복선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 다른 말로 하면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은 복선 혹은 떡밥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게임의 대다수 이벤트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개되고, 따라서 게임에 복선이라는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은 키이라가 뒤통수를 치길래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복선이나 떡밥 없으면 문제가 무엇이냐. 후반부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흔히 '떡밥'이라고 하지. 예를 들어 가정해보자. 시작은 시릴라가 실종되면서 남긴 쪽지이다. (암호)지역으로 이동하지만, 자신을 찾지는 말라고 적혀 있다. 쪽지의 암호를 풀어 해당 지역을 찾아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목격한 시릴라는 주인공이 알고 있던 시릴라와 미묘하게 달랐다. 어째서일까? 이게 떡밥이다. 플레이어는 이 떡밥의 정체를 알고싶기에 게임플레이가 좀 지루한 시점이 오더라도 원동력을 얻는다. 반면, 시릴라가 실종된 시점과 주인공에게 의뢰가 걸려온 시점이 묘하게 차이가 있다. 플레이어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공백기의 존재를 눈치챈다. 그러면 실종사건을 둔 전반적인 인물들의 행동에 전혀 다른 의미가 보이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이게 복선이다. 그럼 둘 다 없는 이 게임의 진짜 내용은 어떠하냐? 두부심부름이다. '내가 시릴라가 향한 곳을 아는데, 그 정보를 듣고 싶으면 내 부탁을 들어줘'의 단순반복. 게임은 물론 지루해질 수 있다. 그럼 그 동안 유저를 잡고 있을 원동력이 필요한데, 최소한 이 게임에는 그런 게 없다. 


(위쳐3 전투 동영상)

좋아, 스토리가 앞뒤 연계성 없는 일자진행형이라 치자. 그러면 그 사이의 플레이가 재미있는가? 답은 아마 대다수에게 NO일 것이다. 실제로 위쳐의 전투는 상당수의 게이머에게 혹평을 받았고, 나 역시 아무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최소한 영상은 게임의 후반부이기 때문에 아이템이나 특수능력이라도 빵빵한 편이지, 내가 플레이했던 15시간 정도는 정말 피하고 툭 치고 굴러서 도망가는 패턴의 연속이었으니까. 실제 검술과 비슷하게 만들려 들었다가, 그러면 너무 게임이 밋밋해지는 바람에 액션을 좀 가미했다는데, 듣기만 해도 극단적 고증오타쿠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일화다. 총질겜에 온갖 탄도학 다쳐박고 만드는 놈들이랑 비슷한 느낌. 이런 오타쿠들이 끼어들면 게임플레이가 극단적으로 느릿느릿해지는데, 이걸 좋다고 빠는 사람들이 그래 없진 않지만 얼마냐 되냔 말이지.

그렇다면 중독성 넘치는 야리코미 요소가 있는가? 역시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단순히 맵에 물음표 표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그 곳에 가야하고, 수집품 목록이 꽉 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 맵을 탐험해야 하는 아스퍼거가 아닌 이상 이 게임의 야리코미들은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개인적인 총평은 이렇다. 이 겜은 스토리도 씹창이요 액션도 병신이다. 그런데 그 주제에 야리코미조차 무미건조하다. 이 게임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분명 위의 요소들보단 방대하게 짜여진 세계관과 끝없이 나열된 고유명사들을 듣는 데에서 발기하는 이상성욕자새끼들임에 틀림이 없다. 와! 게임상 남쪽에 있는 어떤 도시의 특산품목은 (고유명사)래! 근데 그게 자라는 이유가 사실 (고유명사)가 (고유명사)하기 때문이라는거야! 어쩜 이렇게 세계관을 꼼꼼하게 짰을까? 존나재밌다! 공감하는가? 당신에겐 씹갓겜일테니 당장 가서 플레이해라. 난 평생을 가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최소한 내가 스토리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신기한 세계관이 아니라, 흥미로운 사건과 세계관과의 논리적인 연관성이 필요하다.

개씨발 위쳐3 니노쿠니2 둘다 돈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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