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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8일 월요일

기본적인 건 지켜야지 새끼들아 - <그 섬> (2019년작, SUPER WAVE STUDIO)


2019년작, 비록 성우지망생들이지만 풀더빙까지 한, 시들어가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장르에 간만의 신작 되시겠다.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똥겜이다. '그 섬'을 모티브로 한 듯한 '그 섬'의 주민들에게 속아 '그 섬'에 들어간 대학생 스쿠버다이빙 팀 일행들이 섬 사람들의 인신매매를 피해 탈출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섬사람들이 워낙 빡대가리 새끼들이라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흩어진 상태에서 공격당해 아무 곳으로나 숨어들어간 주인공들이 딱 그 자리에서 탈출하는 동안만 위협적으로 보일 뿐, 본격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사실상 종범. 이장 집을 털고, 마을에 불을 지르고, 좆대로 통신탑을 장악해 경찰에 연락하고, 무려 혼자 다니는 이장을 잡아다 생매장해놓을 동안 거의 등장조차 없다. 도망치는 상황인데 그 누구도 추격하질 않으니 게임의 긴장감은 그야말로 제로. <빅 릭스>에서 상대편 경주트럭이 스타트라인에 쳐박힌 채 움직이지 않는 걸 보았는가? 이 게임은 빅-릭스를 하는 느낌이다. 탈출하셨네요. YOU ARE WINNER! 넘모 축하드립니다. 엔딩. 끗!



더빙도 개판이다. 그냥 대사 넘어가는 효과음만(타이핑 소리라던지. 흔히 잘각 하고 대사 넘어갔음을 직관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그런 소리들) 넣어주고 더빙값은 아끼지 그랬어. 유튜브 영상을 하나 퍼왔다. 스트리머가 겜 내내 떠드는 영상 말고, 가능한 성우연기가 그대로 들리는 영상을 들고왔으니 직접 한 번 확인해보자.


다음은 이런 게임에 빠질 수 없는 조사 파트. 그럼 여기서 문제. 이 파트에서 조사해야 될 주요 오브젝트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책상 위의 어질러진 문서들과 오른쪽 벽면에 붙은 종이쪼가리입니다! 그럼 시1발 왜 채색은 장식용 칼, 왼쪽 책장의 책들, 지구본에만 되어있습니까? 장난치나. 구글플레이에서 팔고 있는 1500원짜리 인디게임도 이런 짓은 안 한다. 물론 마우스를 해당 오브젝트에 올렸을 때 외곽선 강조효과등이 나와서 직관적으로 '이 물품을 조사하려고 한다'고 알려주는 시스템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딴 식으로 게임을 만들 거면 뭘 조사했을 때 니기미 사람만 툭 튀어나와서 지구본이다! 이지랄하지 말고 최소한 이미 그려져있는 지구본 일러스트를 떼어다가 현재 뭘 조사중인지 확실하게 보여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좆같은 화면구성때매 뭘 조사해야될 지 몰라서 이리저리 클릭할 때 최소한 이미 조사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피해서 찍어볼 수 있을텐데. 제작자들은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면서 비슷한 장르의 다른 게임은 단 한번도 플레이해본 적이 없는건가?


앞서의 문제점들에 전혀 공감이 안되시는 분들께 창고 조사파트 일러스트를 선물합니다 ^오^. 이젠 무엇을 조사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아예 감조차 오질 않는다.

그 밖에도 문제는 꽤 많은데, 가볍게 몇 개만 나열한다.

플레이타임 2시간 이하의 개창렬 분량. 멀티엔딩이 있다지만 1회차 엔딩 시 유의미한 떡밥은 커녕 유의미한 스토리조차 없었으니 플레이어가 다음 엔딩을 보려고 똥꼬쇼할 이유...어디?

아이템 사용 시, 장비한 아이템을 한 번 잘못된 곳에 사용하면 장비상태가 풀려버리는지라 틀릴때마다 계속 재장비해야되는 문제. 방탈출게임을 몇 개만이라도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특정 아이템으로 무언가를 해야되는 기믹에서 으레 여기저기 클릭해야 되기 마련이다. 송곳으로 책상에 구멍을 뚫는건가? 얼음을 부술 수 있나? 아니면 인형에라도 찌르는건가? 그래서 한 번 장비한 송곳은 플레이어가 따로 명령을 입력하기 전까지 계속 장비된 상태다. 심지어 오른쪽 장비칸에서 바로 장비하면 되는 방탈출겜들과 달리 이 게임은 오른쪽 위 핸드폰 메뉴로 들어가서 아이템 메뉴를 클릭한 다음 다시 아이템 중 장비하려는 것을 클릭, 아이템 설명창에서 해당 아이템의 섬네일을 다시 클릭해야 비로소 장비가 되는지라 한 번 잘못 클릭해서 장비상태 풀리면 진짜 조빡친다고.

조사파트에서 시간경과 시 조사중인 내용이 묘하게 바뀌는 시스템. 이건 최소한 타이머를 줬어야 했다. 가만히 기다리다 보면 없던 사람이 나온다던가, 어딘가에 달랑달랑 매달려있던 물품이 떨어지면서 등장한다던가 그런 느낌의 시스템(실제로는 진짜 아무 맥락도 없이 없던 소주병이 생긴다던가 그런다. 그대로 말하면 설명이 안 되는지라 앞뒤 맥락을 붙여 포장한 것이다.)이 존재하는데, 언제 뭐가 어떻게 바뀔 줄 알고 플레이어가 그걸 대기타고 시스템을 활용하겠나.

시험플레이조차 안 해본 걸 팔아제낀 것일까? 난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이미 글을 쓰는 시간이 플레이타임을 아득히 상회한 듯하니 그만 쓰겠다. 사실 존나게 까는 와중에도 이런 게임 신작이 아직 나온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반갑다. 텍스트어드벤처 너무 좋아. 더 나와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기본적인 건 지켜야지 새끼들아.

(마지막으로 이 장면 채색된 오브젝트 3종 조사결과나 보고 가세요)









(이씨1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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