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을 기어다니는 식인벌레 그래보이드가 맥시코에서 또 다시 출몰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들의 식생이 진행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데...
어릴 적 추억의 명작. 그냥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기에 다시 봤다. 사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엄청나게 많은데 본 영화를 또 보는 건 그다지 내키는 일이 아니지만, 작금의 공포영화들을 보다 보면 옛날 것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크리쳐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 어떤 컨셉의 크리쳐도 마찬가지다. 미지(未知)의 공포? 그것 역시 크리쳐에게 부여된 구체성에서 기인한다. 에일리언을 보라. 지금은 리들리 스콧이 죽을 쑤고 있지만, 미지의 공포를 자극하는 부류 중 가장 유명한 크리쳐일 것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구체적인 배경설정을 깔고 있다. 스페이스 자키, 페이스 허거, 산성 피, 유충의 부화과정... 미지에서 오는 공포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를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나열된 구체적인 정보로부터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때'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크리쳐는 인간과 원초적인 머리싸움을 해야 한다. 에일리언은 솔직하게 말하면 그런 게 좀 부족했다. 에일리언의 행동원리는 아직도 영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인간은 언제나 한정된 자원으로 에일리언과 대적해야 하는데, 에일리언 시리즈들은 거의 에일리언의 다른 면에만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에일리언 시리즈는 에일리언이라는 크리쳐를 창조했을 뿐, 각각의 영화는 그렇게까지 고평가될 물건은 아니라고 본다. 막말로 에일리언 후속작들이 에일리언이 아닌 다른 크리쳐를 쓰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걸작들로 남았을까...? 영화는 크리쳐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상대가 적외선 탐지기를 쓴다는 것을 알고 온 몸에 진흙을 칠했다. 커트 러셀은 외계 괴물이 개체가 아닌 조직 단위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의 피를 뽑아 불로 지진다. 이 머리싸움에 어느 정도 집중할 것인가는 영화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괴물은 생각 없이 인간에게 들이박고, 인간 역시 생각없이 찌르고 쏘고 터뜨려서 괴물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요즘은 크리쳐 영화가 거의 없을뿐더러, 간간이 나오는 영화를 봐도 크리쳐를 단순히 소모품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좀 그로테스크하게 바꿔놨을 뿐이며, 아무런 구체적 설정도, 인간과의 머리싸움도 보이지 않는다. 아쉬울 따름이다.
(도망치는 그래보이드를 비추는 진동탐지기, 어째서인지 주인공들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매복)
(주인공의 차량 파괴. 이제 망가진 차에서 벗어날 궁리를 해야 한다.)
(한참 뒤, 땅 위를 걷는 그래보이드 2형태들을 피해 지붕으로 올라간 주인공들)
(하지만, 크리쳐들도 곧 해법을 찾고, 주인공들은 다시 머리를 굴려야 한다.)
여담이지만, 마이클 그로스와 프레드 워드의 연기력은 영 꽝이다. 아무래도 컷에 시간을 들일 수 없는 저예산 영화의 피할 수 없는 단점인 듯. 전작은 좀 나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전작에 비해 돈을 훨씬 덜 쓴 영화니까.
1편의 감독 론 언더우드와 2편의 감독 S.S윌슨 감독은 이 이후로도 불가사리 시리즈를 이어가지만 나는 3편까지밖에 못 봤다. 4편은 영화채널에서 해준 걸 봤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에 없고, 5편 아프리카 편과 6편 북극 편은 볼 기회가 없었음. 언젠가 보고 여기에 일기처럼 리뷰를 적을 날이 오면 좋겠네. 전반적으로 더 쫄깃했던 1편의 감독 론 언더우드는 그나마 TV드라마라도 연출한 듯하나, 2편 감독 S.S.윌슨은 각본가로 전전하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의 각본도 적었던데, 개인적으로 참 개성적인 각본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평가가 구렸으니 뭐.
아아, 제발. 크리쳐의 시대가 한 번은 더 돌아왔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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