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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일 월요일
선수들끼리 왜이래 - <세 번째 손님> (2017년작, 오리올 파울로 감독/ 마리오 카사스 주연)
완전히 밀실인 호텔방에서 죽은 불륜녀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주인공. 엘리트 기업주였던 주인공은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서 최고의 변호사를 선발, 판사를 설득할 수 있도록 증언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감독에 대한 정보를 잘 몰랐는데, 한국판 리메이크인 <사라진 밤>으로 유명(?)한 <더 바디>, 내가 한참 안좋을 시절에 나온 영화라 기억하는 <줄리아의 눈>등을 찍은 사람이었다. 뭐 헐리웃도 아닌 스페인 영화감독이니만큼 이 사람 전작들은 보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나, <사라진 밤>정도는 다들 들어보지 않았을까? 못 들어봤다고? 그럴 만 하다. 극장에 잠깐 걸렸다가 존나 빠르게 뒤져버렸으니까. 사실 난 <더 바디>의 판권을 사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어이가 없었다. 횡설수설 무슨 개소리냐면, 이 감독 전작들은 싸그리 좆쓰레기라는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영화를 평가하자면, 감독의 전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시네21에서 감독인터뷰 등을 찾아보니 뭐 데이빗 핀처의 영화, 고전 추리소설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는데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추리스릴러의 기본적인 원리조차 모르고 있는데 뭘 봤다는 뜻인가.
간만에 정리하고 가자. 추리스릴러는 두 가지로 나뉜다.
A. 독자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결말을 가진 작품
B. 독자들의 예상을 유도하고, 그 반대 방향으로 전개되는 작품
A는 존재하기 힘든 작품이다. 보통 사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다룬다. 동기나 수법 따위가 상식선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고, 전문적인 지식들을 늘어놓음으로서 사실 단순한 사건의 구성을 데코레이션한다. 가장 범용적인 예시로는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들 수 있겠다. 어떤 느낌인지 대충 감이 오는가?
반대로 B는 관객들의 상식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따라서 심리적인 트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려고 극의 진행을 파격적으로 꺾는 게 아니라, 관객의 예상을 극의 의도대로 유도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떻게 관객들을 유도할 수 있을까? 이 기법은 다음과 같다.
1. 관객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나열한다.
2. 새로운 정보이자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확정한다.
3. 관객들이 2의 정보에 기반하여 모종의 정보를 믿도록 유도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더 큰 거짓을 판명함으로써 작은 거짓을 숨기는 것.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악의>에서 마당의 고양이 에피소드가 훌륭한 예시이다. 사실 일기의 주인은 기록된 내용과 다르게 살인범이 맞다. 관객은 일기의 알리바이 트릭이 깨지는 순간 나머지 부분은 굳이 조작되지 않은 사실로서 받아들이지만, 이 거짓 일기가 진정으로 숨기고 싶었던 것은,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이 아닌 마당의 고양이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런 심리트릭은 관객이 유도된 정보를 굳게 믿을수록 잘 만들어진 트릭이 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 <세 번째 손님>은 어떤가? 전문적인 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관객들이 알아듣기 쉬운 용어로 사건의 사실관계를 따진다. 따라서 B형 영화. 그렇다면 첫째로 모든 가능성을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나열해 주었는가? 딱히. 영화는 진범을 숨기고 싶기에, 진범이 범인일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영화 내내 언급하지 않는다. 관객은 병신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캐릭터에게서 범인의 가능성을 계산한다. 그렇다면 둘째,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관객들을 성공적으로 유도했는가? 역시 아니다.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 혹은 중간의 내용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무척이나 균등한 강도로 의문을 제기한다. 그럼 결국 관객의 반응은? '아 씨발 그래서 범인이 누군데' 정도로 수렴하기 마련. 거기에 진범만 쏙 빼놓고 의심하는 상황은 3살짜리 꼬맹이가 쓴 소설을 읽는 느낌. 마지막으로 관객이 유도되었는가? 당연히 아니겠조.
좆도 볼 가치가 없는 영화니까 빠르게 결말부터 스포일러하자면, 밀실에서 불륜녀를 죽이고 발견된 주인공이 사실 진범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관객이 주인공이 범인일 리는 없다고 믿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주인공을 매우 의심하고, 그 치부를 밝혀낸 다음, 정말 이정도까지 비참해지고도 무죄를 주장하는데 최소한 살인만큼은 안 하지 않을까? 하는 한 줄기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 뿐이다.
물론 추리물이 범인을 숨기는 방법은 정석을 넘어 편법으로 발전해서, 관객들이 1인칭 화자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는 맹점을 노리거나(ex.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동기를 철저히 숨겨서 아예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등(ex. <ABC살인사건>) 수없이 많은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모든 정석과 편법들을 단 하나도 활용하지 못한 우리 오리올 파울로 감독에게 우레같은 박수를.
글이 길어진 김에 추가하자면 이 감독 전작 <더 바디>는 반전부에 뜬금없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원한관계와 개막장 가족관계가 튀어나오면서 엔딩을 맺는 폐급 중의 폐급 쌈마이 스릴러였다. 최소한 보여줄 카드는 다 보여주고 플롯을 꼬아야지 감독 개1새끼야. 다시는 이사람 영화 안본다. 시1발.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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