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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5일 월요일

노인의 횡설수설 - <써스펙트> (2001년작, 숀 펜 감독/ 잭 니콜슨 주연)


여아살해사건을 눈앞에 두고 은퇴한 주인공. 곧 살인사건은 해결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은퇴 후에도 나름대로 범인을 쫓는다. 그런데...

제목으로 달아놓은 그대로, 영화는 노인의 횡설수설을 스크린에 옮겨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잭 니콜슨은 영화 내내 술에 만취한 듯이 연기하고, 주인공의 행동에도 일관성이 없다. 영화 자체도 횡설수설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은퇴 후에도 범인을 쫓는 주인공은 중반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집 근처 종업원과 연애를 하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종업원의 딸을 미끼삼아 다시 범인을 낚으려 든다.

원제인 PLEDGE는 서약이라는 뜻이다. 아마 은퇴 직전 피해자의 부모에게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약속했기에 사건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주인공을 표현하려 한 듯. 한국인에게 익숙치 않은 단어라서 '써스펙트'라고 제목을 바꿨지만, 덕분에 제목을 검색해도 유주얼 서스펙트 정보만 한가득 튀어나온다.

스릴러적인 긴장감도 없다. 은퇴한 형사가 무엇을 하겠는가. 어느 정도 특정된 게 범인의 차량 모델과 범행지역 정도뿐이니, 퇴직금을 쏟아서 범행지역 내 주요도로 중간쯤 주유소를 사서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존버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렇다고 무게감이 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존버하는 동안 머리를 굴려서 범인상을 그려내기보다는 위에 말했듯 식당 종업원이랑 연애질을 하니까.

허무한 결말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일까. 은퇴해서도 형사질 하겠다고 남의 딸 사지에 몰아넣는 주인공을 비난하고 싶었는가? 막가식 수사로 누가 봐도 잘못된 놈 유치장 쑤셔박고 자살까지 하게 만든 경찰들을 비난하고 싶었는가? 하는거라곤 남자한테 동정심 구걸로 얹혀사는 것 뿐인 종업원을 비난하고 싶었는가?

글이 전반적으로 두서가 없다고? 영화가 바로 그렇다. 아마 지금 나처럼 대충 졸릴 때 꾸벅거리면서 적은 시나리오를 다음 날 보니 뭔가 있어보여서 그대로 인맥 동원하여 찍은 영화일 듯.

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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