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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4일 일요일

B급의 허술함에 A급 자본을 - <메가로돈> (2018년작, 존 터틀타웁 감독/ 제이슨 스타뎀, 리빙빙 주연)


사실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은 극저온의 가스층이었고, 실제론 그 아래에 가스층 위의 생태계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이 따로 존재했다는 설정. 그리고 그 곳을 조사하려 잠수한 조사단은 미지의 생물에게 공격받는데, 그것은 이미 멸종했다고 알려진 메갈로돈이었고 탈출하는 조사단을 추격해 근해로 올라오게 된다.

굉장히 혹평을 받은 영화고, 실제로 그럴 만 하긴 한데, 뒷맛이 굉장히 찝찝하다. 나름대로 탄탄한 설정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고, 영화 내에서도 그럭저럭 당위성을 잡으려 시도했는데 그걸 중간에서 누군가 전부 잘라내버린 느낌? 분명히 제작사 측에서 뭔가 지랄을 벌였음에 틀림없다. 

예를 들면, 극 초반 고래소리에 대한 내용은 후반까지 이어지는 복선이지만, 단 두 마디만 언급되고 넘어가는 바람에 복선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다. 제이슨 스테덤이 괴생물체가 메갈로돈임을 확신하는 장면에서도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삭제되어 있다. 현생 상어들의 습성을 메갈로돈에 대입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상어의 습성과 메갈로돈에 대한 고찰은 싹 삭제되고 무대뽀로 작전을 실행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기묘하게 인간에게 집착하는 메갈로돈에게 의문을 품지만, 그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은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이러니 관객이 영화를 따라갈 수가 있나? 모르긴 몰라도 윗대가리가 여름 괴수영화면 시원하게 물고 뜯고 부수는 장면만 넣으면 됐지 골아픈 설정이야기는 왜 씨부리냐며 편집부 뚝배기를 깨버렸을 것. 진짜 분명함. 장담 가능.

설정만큼은 정말 매혹적이었는데, 꽤 아쉬운 영화. 하지만 어디까지나 투입된 자본에 비해 아쉽다는 것이지, 킬링타임용으론 충분한 퀄리티였다. 머리를 비우고 하루 종일 대형 상어에게 쫓겨다니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않고 선택해도 좋다. 아아, 쫓기는 사람이 그 제이슨 스타뎀인데 긴박감 같은 건 기대하지 말고, 눈요기 액션물 정도로 생각하시라.

(사실 메갈로돈보다 더 매력적이었던 거대 심해오징어. 속편이 소설 속편 스토리가 아니라 마리아나 해구 지하공간을 탐험하는 내용이었으면...)


(영화보다 포스터가 더 잘 뽑혔다. 몽환적이면서 공포스러운 저 느낌은 어지간해선 나오기 힘든데. 아주 기가 막히게 그려놨구만. 아카데미 포스터상이 있다면 메갈로돈이 받았을 것)

(스타뎀 형님의 육체미도 여전하시다. 한창 B급 영화 찍으면서 살이 좀 붙었었던 느낌인데, A급 영화 출연한다고 나름대로 관리를 좀 했던 모양.)


여담으로, 감독 존 터틀타웁은 <내셔널 트레져>시리즈로 유명하고, 꽤 예전부터 헐리웃에서 활동해온 잔뼈 굵은 상업영화 감독이다. 열대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이 동계올림픽에 도전한다는 <쿨 러닝>같은 영화도 아마 들어본 사람이 꽤 있을 듯. 이제 니콜라스 케이지를 데리고 <내셔널 트레져3>도 진행중이라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라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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