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목록

2019년 4월 13일 토요일

그 정도까진 아님 - <스텔스> (2005년작, 롭 코헨 감독/ 조쉬 루카스, 제이미 폭스 주연)


3인조 스텔스 비행팀인 주인공들은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 스텔스기 'EDI', 통칭 에디와 두 번의 시험임무 수행을 명령받는다. 하지만 첫 번째 시험임무에서 무엇인가를 습득한 에디는 두 번째 임무에서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1억 4천만 달러를 퍼부어서 반값도 못 챙긴 망작. 엄청나게 혹평을 들었다는데, 뭐 그럴 만은 하다.

첫째로 영화가 일관성이 없다. 2시간의 분량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최소한 집중할 수 있는 하나의 플롯을 가지고 있었어야 했다. 무슨 말이냐면, 에디의 고장으로 인간 vs 인공지능의 낙장불입 맞다이가 영화의 메인스트림이 아니라는 것. 에디는 폭주하면서 주인공 비행팀을 위기에 몰아넣는 듯 하다가 곧 붙잡혀 돌아오고, 또 다른 음모가 진행되는 것이다. 영화는 에디의 고장과 이어지는 음모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고 중간에 맥이 끊긴다.

둘째로, 고찰이 없다. 전투기 추격전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아마 밀리터리 씹덕이 아닐 대다수의 관객에게 추격전의 기본적인 룰을 설명해주고 이 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긴장감을 조성해야 했다. 상대가 인공지능 전투기이니만큼 사람은 할 수 없는 전투기 조종술들을 선보이면서 위기상황을 조성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영화는 그런 설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덕분에 상당수의 장면들이 때깔만 좋을 뿐 영 밋밋하다.

마지막은 스케일의 문제. 영화 속 인물들의 위치관계 등이 타이트하게 보여지지 않다 보니, 지금 저 캐릭터가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식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지 같은 정보가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주인공들 중 하나는 북한에 불시착해서 군사분계선을 통해 남한 쪽으로 탈출하는데, 주인공이 격추당한 위치, 불시착한 위치, 그래서 분계선까지 어떤 식으로 도달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가 전부 생략되니 누가 보면 북한 직경이 대충 20km안팎인 걸로 착각할 듯. 이런 문제는 영화가 허황되어보이게 함으로써 역시 긴장감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우리 에디쟝 얼굴이나 보고 가자. HAL보다 귀여움.)

그래도 인터넷 상의 혹평만큼 나쁜 영화는 아니었다. 그럭저럭 킬링타임용으로 볼만한 액션물이었다고 생각함. 사실 첫 번째로 지적한 일관성 문제만 해결했다면 취향에 따라 추천할만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일단 잡설이 거의 없다. 시작부터 주인공들이 신나게 훈련용 타겟들을 폭파시키며, 그 훈련 후 돌아와선 바로 에디와의 합류를 지시받고 첫 번째 작전으로 넘어간다. 이 얼마나 근본있는 전개인가. 다음으로는 근래 보기 드문 시-뻘건 폭파씬들. 당시 그래픽의 한계인지 전투기들이 터지는 부분은 좀 작붕(?)이 있지만, 그 외의 장면들에서 보여주는 아날로그한 불꽃의 모습은 충분히 제 값을 한다. 최소한의 세트장만 냅두고 전부 그린스크린으로 CG처리해버리는 작금의 영화들은 뭐가 부서져도 예전만큼의 카타르시스가 없단 말이지. 아아 구식의 가치란!





(영화 내내 이런 장면들이 산재해 있으니 취향이라면 직접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것은 영화에서 제이미 폭스가 거의 일회용 쩌리취급이라는 점. 이사람 그때 <콜래트럴>이나 <레이> 흥행시키면서 거의 리즈시절이었을텐데 어째서일까. 뭐 영화 계약을 앞의 두 작품보다 먼저 했겠지 싶지만서도 웃긴 건 웃긴 거다. 이후 <모범시민>이나 <화이트 하우스 다운>등 나오는 액션영화마다 평가가 영 구리구리하더니 요즘은 <스폰>의 주연으로 예정되어 있으시다고. 

감독 롭 코헨은 실베스터 스탤론의 <데이라잇>, <미이라3>, <트리플 엑스>, <분노의 질주1>등을 찍었던 사람이다. 내공은 있지만 각본 고르는 솜씨는 부족한 듯? 특히 이 영화 다음 작품인 <미이라3>의 평가까지 바닥을 치면서 요즘은 비디오영화 시장으로 밀려난 듯하다. 조금 안타깝네. 이런 구닥다리 티 풀풀 나는 영상이 난 좋은데.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신규 쓰레기

노스텔지어, 그보다는 조금 더. - <에보랜드2>(2015년작, 시로게임즈)

모종의 미래기관에서 파견된 주인공,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채 여주인공의 집에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는데... 양키들이 jrpg감성을 따라하면 똥겜이 나온다. 차별이네 뭐네 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게 맞다....

쓰레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