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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1일 일요일
다 좋은데 너무 멀리 갔잖아 - <지구가 끝장나는 날> (2013년작, 에드거 라이트 감독/ 닉 프로스트, 사이먼 페그 주연)
왕년에 잘 나가는 날라리였던 사이먼 페그는 현재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 수감되어있는 중. 매일 과거만을 그리워하던 그는 기어코 병원을 탈출하여 그 시절의 친구들을 모아 고향의 술집으로 향하는데...
인생에서 완전히 실패한 채, 남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아주 작은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정말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나도 아마 이런 기질이 심한 편에 속할 듯하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잘 나가던 시절조차 없긴 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에 놓고 온 뭔가가 영원히 발목을 잡고 있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 그런 기분에 많이 공감한다.
매력적인 설정이고, 따라온 친구들이 전부 시큰둥해하는 중에 홀로 신난 사이먼 페그의 궤변들도 우스우면서 씁쓸한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에 갑자기 외계 안드로이드가 등장하고 SF스릴러가 혼입되는 전개는 더더욱 신난다. 어차피 과거에 매달려있을 뿐인 인생, 괴기스럽더라도 마지막은 특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구멸망을 바라는 방구석 루저들의 공통된 로망 아닐까.
다만 영화의 후반부는 나같은 찐따들의 바램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기파괴적 망상의 결과물일 줄 알았던 각본이 갑자기 왕도적인 인본주의 이야기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마지막 외계인과의 설전은 솔직히 말해서 김이 확 샌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말은 말 그대로 너무 멀리 가버려서 완전히 수습불가능의 상황.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의식이나 뉘앙스가 망가진다는 느낌이 크다.
한창 중2병이 도졌던 어린 시절, 인생의 유일한 낙이 영화였던 때가 있었다. 길을 가다가 동시상영관 포스터를 보면서 어차피 죽을 인생이면 기대작이 없는 공백기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비디오 가게에서 신작 비디오 안내지를 나눠줄 때, 그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요 때 죽으면 미련이 없겠다고 홀로 망상질을 했던 기억이 난다. 찐따새끼는 중2병에 걸려도 찐따새끼였던 모양이다. 사실 난 내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무서워서 못 죽을 게 뻔하니까.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
**액션 씬이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는 장점을 언급하기 않았기에 급히 추가한다. 평범한 40대 중년들의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는 합맞춤을 본 시리즈 류의 핸드헬드나 짧은 컷편집 없이 긴 테이크로 가져가면서도 타격감과 긴박감이 살아있다. 감히 굉장히 가치가 높은 장면들이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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