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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9일 월요일

PC고 뭐고 끝내주게 쿨한 영화잖아 -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2018년작, 피터 램지 등 감독/ 제이크 존슨 등 주연)


우연히 스파이더 맨의 능력을 얻은 주인공. 하지만 뉴욕에 원래 존재했던 스파이더 맨이 주인공의 눈 앞에서 사망해버리고, 빌런 킹핀이 차원실험 중 열어놓은 포탈때문에 수많은 평행우주의 스파이더맨들이 주인공의 세계로 집결하게 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는 동시에 킹핀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좆같은 PC질이 너무 많았다. 주인공이 흑인이고, 여주인공이 백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예전에는 없었던 거부감이 극한까지 치솟는다. 연출이 초반부터 굉장한 흡인력을 가지고 몰아치지 않았다면 아마 그자리에서 쌍욕을 퍼붓고 영화를 꺼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초반의 추진력을 조금도 잃지 않고 현란한 가속과 급선회를 반복하며 결말까지 그대로 몰아친다. 간만에 영화를 보며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우선, PC를 전제로 깔고감에도 과함이 없고 오히려 쿨하다. 여주인공 포지션의 스파이더 그웬은 그 어떤 남자보다도 담대한 알파걸이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이고, 마초성을 잃어버린 이세계 피터 파커는 자신의 그런 면에 고뇌하면서도 또한 그 때문에 멋지다. 흑인 주인공은 굳이 흑인으로서의 피해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소모되지 않는다. 즉, 관객이 주인공을 '흑인'이 아닌 '개인'으로 보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거기에 자칫 과도한 페미니즘을 연상시켜 반감이 들게 만들기 십상인 '강한 여성'캐릭터들도 하나같이 성공 일변도다. 극 초반 '여성' 닥터 옥토퍼스의 등장은 최고의 빌런 등장씬 중 하나로 손색이 없는 수준.

성공적인 정치적 올바름은 사실 영화의 완성도와는 관계가 없으니 차치하고서라도, 그 외의 장점은 너무 많아서 전부 적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수없이 다룬 스파이더맨의 성장기를 또 한번 신선하게 변주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래피티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미장센은 화면만으로 관객을 휘어잡고, 적절한 완급조절, 매력적인 캐릭터, 타율 높은 유머까지.

더 바랄 것이 없는 영화. 이런 소재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보도록 하자.

앗 아아... '갓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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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미래기관에서 파견된 주인공,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채 여주인공의 집에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는데... 양키들이 jrpg감성을 따라하면 똥겜이 나온다. 차별이네 뭐네 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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