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목록

2019년 5월 14일 화요일

비현실성을 다루는 방법 - <스카이스크래퍼> (2018년작, 로슨 마셜 서버 감독/ 드웨인 존슨 주연)


드웨인 존슨이 시스템 총괄을 맡은 세계 최고층 건물. 하지만 수수께끼의 테러조직이 존슨의 시스템단말기를 날치기하고, 그 단말기를 사용해서 건물의 화재대응시스템을 마비시킨 채 불을 질러버리는데...

솔직히 기본도 못하는 영화다. 사실 재밌을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별로 더 까고 싶지도 않다. 간단히 영화의 비현실성에 대해서만 짚고 끝내련다.

영화는 언제나 비현실적이다. 당장 테러범들이 쓰는 폭탄의 전선들이 깔끔하게 색깔별로 정리되어 있고, 무슨 메뉴얼마냥 특정 색 선만 자르면 정지된다는 식의 유명한 클리셰들부터 비현실 그 자체다. 하지만 이런 클리셰들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반면, 유독 비현실적이라고 까이는 영화들이 있다. 이건 무슨 이유일까.

정답은 룰 설명의 유무에 있다. 비현실적인 요소를 넣고 싶다면, 영화는 반드시 그 비현실성의 기본적인 룰에 대해 관객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면 영화에 나오는 덕트 테이프를 반대방향으로 손에 감고 그 접착력으로 커튼월 바깥쪽을 이동하는 장면. 그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장면같지만, 영화 내에서 덕트테이프의 접착력과 활용성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이 따로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관객들도 덕트테이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니까. 조금만 힘을 줘서 된다고 말하면 어어 저게 진짜 되는건가? 싶거든. 그리고 어차피 머리통 비우고 보는 액션영화라 더 이상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영화는 이런 단순한 규칙조차 지키지 않아서, 보는 내내 관객들의 머릿속이 물음표로 도배되도록 만들어버린다.

기왕 글을 늘이기 시작한 김에 편집도 한 번 까고 넘어가자. 사건순서를 씨발 대체 어떻게 짠 거야. 다시 예를 들어서, 클라이막스 즈음 주인공이 속수무책으로 불길에 갇혀 아이를 끌어안고 마지막을 기다리는 장면이 있다. 당연히 극중 긴장감이 극한에 달하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 직전에 미리 탈출한 주인공의 마누라가 단말기로 화재대응시스템 부분을 휙휙 조작하는 장면이 먼저 나온다. 그러면 주인공의 위기가 관객들에게 전달되질 않잖아? 어차피 화재진압기 작동하고 무탈히 빠져나올 걸 다 아는데. 주인공이 마지막 위기일 때 마누라는 최소한 단말기를 탈취하기 위해 건물 외부의 테러범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거나, 혹은 단말기의 오류를 해결하려고 온갖 방법을 짜내다 실패하는 와중이었어야 했다.

덕분에 영화는 액션물로서의 스릴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꽤 빠른 박자의 편집도 이를 커버하지는 못했다. 고로 굳이 볼 가치는 없는 영화다.

영화의 작품성과 별개로, 영화 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팔뚝이 진짜 kia... 영화 내내 배우들 팔뚝만 계속 찍었어도 지금 만들어져있는 결과물보단 훨씬 나았을 것이다.

마지막 여담으로, 이런저런 영화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동양계 배우 바이런 맨. 근데 난 이사람 스트리트 파이터 실사판 시절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가끔 얘 나올때마다 혼자 피식피식 쪼개게 된다. 아래쪽 짤이 스트리트 파이터에 등장한 바이런 맨인데, 류 역을 맡았었음.

솔직히 지금 글 쓰려고 짤 찾으면서도 함박미소를 짓는 중이다. 내 개그취향이 독특한건가. 그래도 나름 노잼영화를 보는 데 하나의 활력소같은 사람이라, 더 자주 등장해줬으면 좋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신규 쓰레기

노스텔지어, 그보다는 조금 더. - <에보랜드2>(2015년작, 시로게임즈)

모종의 미래기관에서 파견된 주인공,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채 여주인공의 집에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는데... 양키들이 jrpg감성을 따라하면 똥겜이 나온다. 차별이네 뭐네 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게 맞다....

쓰레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