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탈출 3부작 시리즈 중 2부. 1부는 꽤 예전에 플레이해봤고, 2,3부가 17년도 스팀에 등록, 근래에 와서 드디어 세일을 했기 때문에 바로 구매했다. 납치된 채 알 수 없는 곳에서 깨어난 주인공들이 그 곳을 탈출하며 이런저런 일을 겪는다는 꽤나 클리셰적인 설정의 게임이지만, 촘촘한 복선과 떡밥, 그리고 그것을 회수하는 중후반부의 흡인력이 발군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양자역학과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한 담론도 제법 흥미롭다. 당연히 대단한 이론적 합리성같은 걸 추구하려는 게임은 아니니까, 하나의 조미료 정도로 보면 좋을 것이다. 평하자면 훌륭한 조미료 사용이었다 정도일까.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은 자유도가 없는 편이 훨씬 좋다. 특히 스토리가 메인인 게임은 더욱 그렇다. 자유도랍시고 아무리 선택지가 많아도 어차피 존재하는 루트의 가짓수는 유한한 것을 뻔히 아는데다가 예전 위쳐3 글에서도 언급했듯 분기가 빽빽할수록 필연적으로 복선 혹은 떡밥이 부실해진다. 단순히 인과성에만 기댄 스토리는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에도 구닥다리였으니, 스토리를 넣을거면 자유도는 당연히 제한해야 하는 것.
본 게임은 자유도가 완전히 제한되어 있다. 단순히 선택지가 적은 것 뿐만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오브젝트, 이동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전부 제한된 게임이다. 방탈출을 끝내고 나면 스토리가 진행되며, 선택권 없이 다음 방이 정해진다. 하지만 그래서 좋다. 시나리오는 자유도의 부족에서 올 수 있는 심심함을, 정해진 길을 걸으면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꾸며놓은 압도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커버한다. 작가들을 얼마나 갈아넣은 것일까. 50시간, 천문학적인 분량의 텍스트로 이루어진 지적 유희의 산책로가 여기에 있다. 걸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 50시간의 분량이지만, 단 한번도 템포가 늘어진 적이 없다.
- 다만, 저예산의 축에 속하는 게임인지라 인게임 그래픽은 아쉽다. 차라리 도트 일러스트로 되어있던 1편의 그래픽이 훨씬 낫다고 생각될 정도. 하지만, 3d모델링을 이용하여 몇몇 장면을 컷신으로 연출했으니 아마 제작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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