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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1일 화요일

아앗 또 감금당하고 싶다 - <제로 이스케이프: 시간의 딜레마> (2016년작, 스파이크 춘 소프트)



제로 이스케이프(국내명 극한탈출) 트릴로지의 3번째 작품. 제로이스케이프 2에서 말했듯 꽤 과거에 1을 플레이했고, 근래에 스팀에서 2,3을 세일했기에 구매했다.

아쉽게도 1,2편의 판매량이 모두 부진했는지, 3편의 제작비가 상당히 부족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플레이타임이 전작의 반 정도로 확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실한 방탈출파트와 흡인력 넘치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기에, 이럴때만큼은 자본의 논리가 야속할 따름이다. 물론 여전히 해볼 가치가 넘치는 작품이며, 분량을 제외하면 시리즈의 대단원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사실 방탈출 비주얼노벨이 20시간 중반대의 플레이타임을 보여주는 게 까일 만한 분량은 결코 아니지만, 전작들이 4~50시간의 플탐을 보장했던 것에 비하면 짧긴 하니까...

3편의 스토리는 확률론에 기반하여 진행된다. 몬티 홀 문제를 비롯하여 유명한 확률론 담론들이 게임 내내 플레이어의 머리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어쨋든 상업용 게임이고, 결코 과중하지는 않으니 평소 싫어했던 수학을 스파이스로 즐기는 새로운 감각을 느껴보시라.




- 이번엔 화성기지 모의실험에 참가한 9명의 인물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되고, 3개의 팀으로 나뉘어 3개의 구역에 각각 감금된다. 게임은 이 3팀 중 하나를 선택해서 특정 장면부터 플레이하게 되는데, 이 방식이 좋게 말하면 새롭고 나쁘게 말하면 난잡할 수 있다. 설정상 팀원들은 한 방을 탈출하는 데 최대 90분을 소비하고, 탈출에 성공하면 이전 90분의 기억이 지워진 채로 다음 방에 옮겨지는 식이기에 플레이어도 지금이 어디쯤인지,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임의의 지점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 그렇게 팀을 고르고, 임의의 지점에서 시작하는 방탈출을 하나씩 클리어하다 보면 루트맵에 이렇게 그간 해왔던 내용들이 시간순으로 정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소 난잡할 수는 있으나, 후반부 전개에 반드시 필요했던 내용이고, 굳이 한 장면을 클리어할 때마다 루트맵으로 시간대를 확인하지 않아도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한 일들을 스스로 이해하게 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 특이사항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들, 혹은 평범한 텍스트 어드벤처 작품들에서 기용하는 '텍스트박스'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방탈출을 끝내고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간은 전부 컷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을 위해 문장 단위로 빨리감기 기능이 있어서 컷신이 나올 때마다 굳이 풀 씬을 다 봐야하는 것은 아니나, 느리게 보는 기능은 없는지라 영자막 혹은 일어음성 중 하나에 상당히 익숙한 게 아닌이상 언어의 압박이 꽤 있을 것이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텍스트를 넘기지 않은 채로 사전같은걸 뒤져보는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 방탈출 파트. 전작보다 조금 더 그래픽이 나아진 것 같지만, 큰 차이는 없다. 퍼즐의 난이도는 역시 적절. 스트레스 없이 딱 즐겁게 퍼즐을 풀고 방탈출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포스터에 사용되었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올린다. 철제 고문의자의 차가운 느낌과 붉은색 니트에서 오는 따듯함의 대비가 끝내주지 않는가? 저런 장면을 마지막으로 죽을 수 있다면 내 인생에 그 어떤 여한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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