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인터넷과 책만 보는 범생이 너드 소년, 말수 적은 동양인 소녀, 잘나가는 인싸 흑인 소년, 잘생겼지만 좀 무식한 백인 소년. 척 보기에도 어설퍼보이는 캠프장에 이 넷이 우연히 모이고, 티격태격하는 와중 갑자기 라이프포드가 캠핑장으로 떨어지며, 본격적으로 외계인 침공이 시작되는데...
넷플릭스 영화라 별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재밌다. 저예산임에도 특수효과의 퀄리티가 관람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은 되며, 작은 스케일은 아기자기한 상황설정으로 커버한다. 또한 다소 유치한 스토리라인은 주인공이 4명의 꼬맹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사안이 된다. 캐릭터 설정이 다소 클리셰적이고, 몇몇가지 떡밥들 - 이를테면 외계인의 혓바닥이 도대체 무슨 용도였는가 - 가 나름 주요하게 조명됨에도 딱히 설명되지 않고 끝난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요즘 드문 저예산 sf 호러코미디 장르에서 이만하면 볼만하고 남는다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저예산의 느낌을 벗지 못한 그래픽. 하지만 감상에 지장은 없다. 호러적인 분위기를 위한 어느정도의 고어함도 살아있는 편.
쥬라기 공원을 오마주한 듯한 식당 추격씬. 영화는 주인공 아이들이 캠핑장에서 NASA건물로 이동하는 내내 이런 작은 헤프닝들을 겪게 만들며 크지 않은 스케일 내에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공포물로서의 기대는 하지 말자. 영화의 메인스트림은 어디까지나 결핍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극한상황을 체험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극단적인 공포보다는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찾아내는 잠깐의 자유와 유머에서 기인한다. <구니스>를 보았다면 오히려 그런 분위기에 가깝다 하겠다.
간만에 볼만했던 SF호러물이며, 역시 간만에 마음에 드는 소재, 그리고 마음에 드는 넷플릭스 영화였다. 감독의 전작이라는 <사탄의 베이비시터>도 근시일 내로 봐야 할 듯. 하지만 역시 동일 감독의 전작인 <디스 민즈 워>는 정말 더럽게 재미없었는데. 과연 나는 뒤통수를 맞을 것인가,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것인가.
이번만큼은 좆플릭스가 아니니 안심하라구
하지만 장르적 취향은 꽤 탈 것 같으니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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