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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월요일

세기말의 추억에 흠뻑 - <명탐정 코난 : 세기말의 마술사> (1999년작, 코다마 켄지 감독/ 타카야마 미나미 등 CV)


극장판 최초로 괴도 키드의 예고장이 도착, 경찰은 어련히 이번에도 키드를 막지 못하지만 유유히 날아 도망치던 키드를 누군가 저격하면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그 시절 코난은 재밌었다. 내가 아직 어렸을 시절. 온갖 밀레니엄 관련 해괴한 컨셉의 창작물들이 돌아다니던 때. 몸이 아프면 얌전히 앉아서 꿀물이나 타 먹으며 빌려놓은 코난을 읽으면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었는데.

추억을 다시 꺼내서 보면 그 때와 다른 맛에 상처받기 일쑤지만, 이 작품은 아니다. 지금 봐도 최소한 지금의 극장판보단 훨씬 재밌다.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도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건 틀딱 특유의 보수성이겠지. 푸키먼은 레드가 제일 재밌자너 ㄹㅇ으로.

이래저래 추억으로 보는 만화. 난 코난을 볼 때마다 울게 되는지라, 도저히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가 없네.

그 시절 게임잡지에 이런 거 많았다. 

HOT가 흥하던 시절. 난 그 때도 남돌엔 관심 없었지만, 이 영화가 대여점 유리벽면을 대문짝만하게 채우고 있었던 것만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역시 게임잡지에서나 보던.

세기말 한국영화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것. 근데 나 다니던 학교에선 나름 유행했고, 짜장면 드립은 모르는 애가 없었는데. 이거 흥행작 아니냐?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그 시절의 하루를 한 번만 더 살아봤으면...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 <존 윅3> (2019년작,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키아누 리브스 주연)


전작에서 킬러의 룰을 어긴 존 윅은 전 세계의 모든 킬러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는데...

액션으로 도배된 영화. 이런 영화가 으레 그렇듯 스토리는 간단하고 명료... 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한 게 첫 번째 단점이다. 자기 손가락을 잘라 바쳐가면서 용서를 빌었다가 갑자기 표변해서 다시 킬러들과 척을 졌다가, 스토리가 액션을 지탱해주는 뼈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액션시퀀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 정도로 소모되는 느낌.

키아누 리브스도 많이 늙었다. 총기 액션은 아직 어느 정도 소화해내는 듯 싶지만, 이번 작에서 새로 시도된 육탄전은 완전히 깨는 수준. 흔히 사용하는 컷쪼개기 방식의 액션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을 것 같으니, 좀 둔탁하더라도 키아누 리브스의 동작을 더 쉽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위의 두 문제가 꽤 질이 나쁜데, 의외로 또 좋을 땐 좋다. 초반부 거인과의 시덥잖은 육탄액션이 지나가고 나면 괜찮은 슈팅액션이 나오고, 그러다 끝내주는 방탄복 킬러들과의 액션이 끝나면 다시 시덥잖은 육탄액션으로 회귀. 한 영화 내에서 작품성이 이렇게까지 등락을 반복하는 건 아마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한 영화. 하지만 난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본다.

극중 닌자 역을 맡은 마크 다카스코스. 추억의 액션배우 중 하나인데 몰라보게 늙었다.
대표적으로 <크라잉 프리맨>

원래는 또 추억의 챤바라물 주인공인 사나다 히로유키가 맡게 될 역할이었다고.
이 쪽이 더 좋았을 것 같은데말이지. 마크 다카스코스한텐 어울리던 개그요소가 이 사람한텐 안 어울릴 것 같고, 그 개그는 없는 편이 더 나았으니까. 

2019년 7월 20일 토요일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 <더 포리너> (2017년작, 마틴 캠벨 감독/ 성룡,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


아일랜드 과격단체의 테러로 딸을 잃은 성룡, 과거 아일랜드 과격단체 소속이었으나 현재는 평화주의자 노선으로 길을 바꾼 정치인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영국의 고위인사들이 테러사건을 두고 얽혀 들어가는데...

의외로 1억 달러 이상, 제작비 3배 이상의 수익을 낸 성공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트라 동원조차 어려웠는지 그 흔한 기자회견 씬조차 요리조리 피해간다. 사건의 크기에 반해 등장하는 인물들이 워낙 적으니 영화가 전반적으로 허전하다. JCVD에서 장 클로드 반담의 대사가 떠오른다. "영화 제작비가 1000만 달러, 그 중 400만 달러를 내가 받으면 영화는 뭘로 찍나?"

성룡의 액션은 기대할 게 없다. 동양개봉판에는 후반부 액션을 재촬영해서 편집해놨다지만, 오히려 세월이 부각되어 가슴아플 뿐이다.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가 진중한 느와르라 성룡 식 액션은 어울리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고.

피어스 브로스넌은 일부러 목소리를 그렇게 냈는지 몰라도 입을 열 때마다 피눈물이 흐른다. 노인 특유의 쉭쉭거리는 쉰 목소리를 내는데, 일부러 그랬겠지. 아무튼 그랬겠지. 골든아이 시절의 브로스넌이 그립다. 정확힌 골든 아이 시절이 그리운걸까.

영화를 보며 미리 기대할 두 배우와 액션은 이렇게 별 볼 일 없었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는 오히려 괜찮은 편이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퇴물인 두 배우 얼굴만으로도 억 소리 나는 흥행작이 됐겠지만. 높지도, 그렇다고 아주 구리지도 않은 완성도와 추억 속 두 배우. 딱 그 정도의 영화를 원한다면 추천한다. 

사실 두 배우 모두 봐줄만한 영화가 없었던 시간이 꽤 된다.
안녕히 가십시오 나의 추억이여.


여담으로 영화 초반 폭탄테러로 사망하는 성룡의 딸은 그 옛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초 챙.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처음 봤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14년 전이다. 
앗 아아...


2019년 7월 13일 토요일

기름기 쫙 뺀 기름폭발사고 - <딥워터 호라이즌> (2016년작, 피터 버그 감독/ 마크 윌버그, 커트 러셀 주연)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하지만 이런저런 부위에 이상이 많은 게 누가 봐도 위태위태하다. 하지만 현장이 원래 다 그렇듯 어지간한 하자는 임의조치로 넘겨버리는데, 과연 오늘도 잘 넘어갈 수 있을까.

흥행참패작이지만 출연진도 화려하고, 감독도 나름대로 괜찮은 작품들을 만들어 온 사람이다. <핸콕>이라던가 <배틀쉽>이라던가. 흥행여부와 관계없이 취향만 맞으면 일정 이상의 재미는 보장됐었고, 그것은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 일단 글을 시작하기 앞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이 영화는 굉장히 재밌다.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빠른 진행과 시뻘건 불길로 가득 찬 화끈한 화면으로 가득하다. 석유시추선 재난영화에 대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기름기 쫙 뺀' 담백한 구성이 주는 청량감은 가히 엄청나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재미없다고 평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의문이 하나 남는다. '왜 망했을까'

난 영화가 쓸데없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게 <매트릭스>때부터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이슈, 철학, 풍자, 뭐 그런 잡다한 것들. 한국은 특히 심해서 현실과 괴리된 영화는 어지간해선 흥행하질 못한다. 그래서 결국 현실풍자코미디와 현실풍자스릴러, 혹은 과거사 미화영화가 흥하는 거겠지. <신과 함께>는 SF 판타지 영화로서 굉장히 드문 성공케이스지만, 결국 SF적 요소,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신파에 기대어 성공한 감이 크니까.

<딥워터 호라이즌>은 그렇게 근래 영화들이 성공하기 위해 채택하는 그런 공식들이 결여되어 있다. 사건도 거의 각색되지 않은 상태로 재현되는데, 때문에 책임관계도 명확하고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순간도 딱히 없다. 그 누구도 영웅적으로 활약하지 못하며, 기적적인 일도 없고, 굳이 그런 순간을 포착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시추선은 당연하다는 듯 붕괴되고, 사람들은 각기 흩어져 죽거나 탈출하고, 생존자들은 구조된다. 엄청나게 빠른 편집 덕에 관객이 느끼기엔 뭔가가 휙휙 터지더니 스탭롤이 올라와버리는 느낌. 그 흔한 서양의 가족주의 신파조차 이 영화에선 최소화되어 있다.

차라리 더 예산을 줄이고 현실감을 살리는 영화를 찍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아무래도 상업영화 특성상 그러기 힘들었겠지. <그래비티>같은 건 감독이 알폰소 쿠아론 급이라 가능했겠고. 결국 전세계 흥행 참패, 한국에서는 고작 10만 관객으로 그 <판도라>의 50분의 1수준밖에 못 했다는 게 참 아쉬운 영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매우 재밌다. <판도라>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조루일까 속사일까.

신규 쓰레기

노스텔지어, 그보다는 조금 더. - <에보랜드2>(2015년작, 시로게임즈)

모종의 미래기관에서 파견된 주인공,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채 여주인공의 집에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는데... 양키들이 jrpg감성을 따라하면 똥겜이 나온다. 차별이네 뭐네 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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