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어거지로 떠난 늦깎이 신혼여행. 일반석 비행기에 낑겨 아내와 남편 둘 다 불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연히 말을 섞게 된 대부호의 아들이 순간의 변덕으로 자신의 가족 파티에 부부를 초대한다. 하지만 초대받은 파티는 잠깐의 정전과 함께 살인현장으로 돌변하는데...
사실 추리물이라는 건 한물 간 장르다. 만드는 노력에 비해 신선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고, 현실성 부족이라고 온갖 혹평에 시달리기 일쑤이며, 애초에 이 모든 것을 신경쓰지 않고 양산형으로 만들어내려 해도 최소퀄리티의 기준이 너무 높다. 그래서 당연하지만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우리에겐 추리물의 추억이 있다. 방구석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와 셜록 홈즈를 읽던 시절부터, 온갖 일본 추리물, 코난과 김전일로 대표되는 추리만화, 거기에서 파생된 온갖 추리게임 등등등등. 사실 어릴 적 영화들은 추리물을 표방하는 일도 많았다. 2~30년 전엔 말이지. 이런 추억들 때문에라도, 나는 '추리영화'라는 타이틀 하나로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최소퀄리티 미달이다. 주인공 부부가 누명을 뒤집어쓰는 과정은 코미디로 얼버무려지고, 진범과 트릭은 작위적이기 짝이 없다. 마지막엔 뜬금없이 카체이싱 씬으로 넘어가는데, 최소한의 복선은 던졌다지만 글쎄. 굳이 필요했을까?
그래도 말이지, 지금 코난을 다시 읽어본 적이 있는가? 정말 유치찬란하기 그지없다. 김전일을 다시 보았는가? 최소한의 드라마조차 성립시키지 못하는 각본의 수준에 추억이 개박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추천되는 추리소설들을 읽어 보면, 이런 상업영화와 별 차이 없는 각본이었던 경우가 태반이다. 더 이상 내 추억이 망가지는 게 두려워서, 감히 더 이상 들춰 볼 염두가 나지 않는다. 추리물이라는 것은 우리의 기억만큼 멋진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난 영화에 그럭저럭 만족했다는 것. 말하고 싶은 부분에서 막히면 대충 코미디로 얼버무려버리는 것 같은 그런 영화지만, 나름 추리물의 클리셰적인 진행을 따라가준다는 면에서 추억뽕으로는 합격이다.
저는 정말 '개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