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할 거리는 별로 없다. 주인공이 왼손에 붕대를 감고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아이라는 점 때문에 씹-덕들을 제외하면 시작부터 겜을 던져버리겠지만, jrpg를 즐기는 놈들은 애초부터 씹-덕들이니 상관없다. 플레이타임 50시간 정도로 볼륨이 아주 길지만, 굉장히 밀도있는 전개로 속도감이 죽는 구간이 없다. 전투시스템은 복잡하지만, 난이도딸을 칠 생각이 아니라면 크게 어렵지 않고 타격감도 살아있다. 오히려 난이도딸을 치면서 파볼만한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jrpg인 만큼 단순 이동구간이 많지만,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달래줄 야리코미 요소들이 많아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개그감각도 꽤 훌륭하고, 각본은 의외의 부분에서 깊이감이 있다. 스토리는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비장미를 이끌어낸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시스템이 굉장히 친절하여, 플레이어가 외부의 도움 없이 게임 내에 구현된 많은 요소들을 탐험,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나는 사실 요즘에 나오는 jrpg들을 많이 플레이해보지 못했다. PC외의 게임기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글화가 되지 않은 게임을 수십시간동안 플레이할 피로도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고전게임만 파다 간만에 접해본 jrpg는 제자리걸음중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다르게 굉장한 발전을 이뤘다. 이 장르의 플레이가 이렇게 매끄러울 수 있는가.
하지만 문제 역시 여기에 있다. 그 옛날 삑삑거리며 출력되는 대사창에서나 봤던 해괴망측한 말투의 대사들과, 도트 sd캐릭터들의 과장된 행동들이 이제 HD화질과 풀더빙으로 내 눈과 귀에 직격한다. 이건 이제 씹덕이고 뭐고를 떠나서 남사스러워 못 봐주겠다. 그렇다고 이걸 혹평하자니 소년만화적 스토리에 은근한 성인 테이스트를 끼우는 일본식 스토리의 본질같은 부분이라 그럴 수도 없다. 이건 이제 더욱 개선될 미래의 jrpg가 해결해줄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더 이상 이 계열의 컨텐츠를 소비할 수 없는 계층이 되어가는 것일까.
요즘은 단 걸 먹으면 속이 안좋다. 눈가에 주름살이 늘어간다. 글자가 너무 가까우면 잘 안 보인다. 나는 못 느끼지만 배게에서 송장 냄새가 날지도 모르겠다. 씻으러 가야지. 씻는다고 해결되는 문제일까.
앗 아아아앗 틀딱을 살